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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전세계 휩쓰는 K캐릭터] 뽀통령은 순방 중…K캐릭터 전성시대

카카오·라인프렌즈·뽀로로 캐릭터 등

외산 꺾고 인지도 2년 연속 '톱' 차지

해외 인기 타고 글로벌캐릭터로 부상

아이돌·웹툰·게임 소재도 호감도 쑥쑥





# 국내의 한 대형 백화점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어린이날을 위해 캐릭터 상품과 연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미국 스폰지밥 등으로 행사를 준비했겠지만 올해는 무뚝뚝한 표정의 캐릭터 라이언을 비롯한 카카오프렌즈를 주로 내세워 기획할 예정이다.

오는 5월 가정의달을 앞두고 유통 업계는 캐릭터 상품을 활용한 마케팅 기획이 한창이다. 만화·영화 주인공이나 아이돌 가수 등을 본떠 만든 캐릭터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가 높기 때문인데 3~4년 전부터 판도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외산 캐릭터보다 국산 캐릭터를 활용한 고객 이벤트나 신제품 출시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메이드 바이 코리아’ 캐릭터 상품류인 ‘K캐릭터’가 일본·미국 등의 유명 캐릭터들을 밀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내수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캐릭터산업계에 따르면 K캐릭터 강세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한콘진은 오는 5월에 2018년도 캐릭터산업백서에 들어갈 반영할 산업통계를 아직 집계 중이어서 확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3~4년째 부각됐던 매출 및 수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을 것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콘진이 ‘콘텐츠산업 결산 및 전망’을 통해 잠정 추계한 지난해 한국 캐릭터 산업의 총 매출은 12조원을 돌파했는데 실제로도 해당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6년도에 한국 캐릭터산업 매출이 11조원을 돌파했을 때에도 당초의 전망치를 넘어섰던 것이라고 한콘진 관계자는 말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K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와 뽀롱뽀롱 뽀로로가 국내 소비자의 인지도와 호감도 순위에서 지난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일본 캐릭터 짱구(원제 ‘크레용 신짱’)를 제치고 각각 1·2위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K캐릭터 전성시대를 견인하는 간판 상품은 라인·카카오프렌즈 상품들이다. 라인프렌즈의 경우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를 비롯해 11개국에 전용 캐릭터숍을 둘 정도로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중남미·중국 등으로도 진출한 상태다.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인 카카오아이엑스는 19일 일본 패션 브랜드 위고(WEGO)와 제휴하고 도쿄·후쿠오카·오사카 등 일본 주요 거점 도시 8곳에 추가로 매장을 열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콘텐츠 산업계에 따르면 2018년 네이버 계열 라인프렌즈와 카카오 계열 카카오아이엑스의 합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두 회사의 합산 매출이 2015년 47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새 6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한류 아이돌이나 게임·웹툰을 소재로 한 캐릭터 상품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캐릭터 상품성에 주목한 게임사 넷마블은 지난해 BTS 소속사 지분 25.71%를 사들이기도 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올해 2·4분기 중 BTS 멤버들을 캐릭터로 삼은 신작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토요워치-전세계 휩쓰는 K캐릭터] 캐덕이들 심장 녹인 귀염뽀짝 ‘K프렌즈’



<캐릭터의 경제학>

“세살 때 본 캐릭터 여든까지 지갑 연다”

아이때부터 친근한 이미지 활용 마케팅

성인이 된 뒤에도 충성고객으로 남아



지난 2000년대 초 국내 제과 업계에서는 ‘일본 캐릭터 모시기’ 바람이 불었다. 제품 이름이나 포장지 도안에 넣었다 하면 불티나게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당시 ‘짱구는 못 말려(원제 크레용신짱)’ ‘디지몬’ ‘드래곤볼’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에서 모티브를 따온 제품을 출시하면 단일 제품만으로도 연매출 100억원 달성이 가능했다고 한다. 근래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제과 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외산보다 국산 캐릭터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일본 캐릭터 원작들은 선정적이거나 왜색이 강한 경우가 많아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 거부감이 있고 매출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이달 초 국산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적용한 ‘프렌즈짱’ 스낵을 출시했다. 롯데제과는 비슷한 시기에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캐릭터들을 활용한 젤리 상품들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다.

문화콘텐츠의 인기 캐릭터들은 대체로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 이를 추종하는 팬들은 해당 캐릭터의 개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특정 캐릭터를 활용해 마케팅을 하면 해당 캐릭터의 개성을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소비자층이 가격이나 문화적인 저항감 없이 지갑을 열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기획 출신의 한 홍보전문가의 설명이다.

소비자 선점 효과를 노리고 캐릭터마케팅에 나선 기업들도 많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상위권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술 평준화가 일어나면서 제품의 사양(스펙)과 품질 차별화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어렵게 됐다”며 “대중적으로 친근한 캐릭터를 활용하면 아직 소비활동을 하기 전인 어린 시절부터 저희 제품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성인이 된 뒤 충성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다”고 전했다. 속담을 조금 바꿔 표현하자면 ‘세 살 때 본 캐릭터 영향이 여든까지 소비자의 지갑을 연다’고 할 수 있다.



제과·패션 넘어 금융·車산업까지 확산

캐릭터 수출 7조 돌파·고용 4만명 육박

내수 살리고 일자리 만드는 ‘일등공신’

이 같은 효과 때문인지 ‘메이드 바이 코리아 캐릭터’인 K캐릭터들에 대한 마케팅 활용 선호도는 업종을 추월한다. 제과·패션업뿐 아니라 금융업, 자동차·전자 업종 같은 중후장대한 업종들에서조차 K캐릭터 모시기에 동참하고 있다. 전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해당 캐릭터군의 인기 주자인 ‘어피치’를 채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중국 샤오미가 최근 라인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을 차용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도 평소 라인프렌즈의 팬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국산 만화영화 ‘로보카폴리’를 활용한 교통안전교실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네이버와 손잡고 ‘샐리’ 등 라인프렌즈 주인공들을 담은 체크카드로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기존 은행들도 ‘쏠 익스플로러스(신한은행)’ ‘위비 프렌즈(우리은행)’ 등을 인터넷·모바일 뱅킹 화면과 실물 카드 등에 활용하는가 하면 휴대폰 테마, 에코백, 목베개 등의 ‘굿즈’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후방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토종 캐릭터산업은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경제효과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우리나라의 캐릭터 분야 수출액은 연평균 9.6%씩 늘어 지난해 7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증가세에 힘입어 한국은 캐릭터산업에서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전환됐다. 한국 캐릭터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액도 2013년 이후 매년 4~8%대의 증가세를 보이며 2016년 4조원을 돌파했다. 해당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2018년에는 5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캐릭터산업의 고용 창출력도 급증세다. 2013년 2만7,701명이었던 캐릭터산업 종사자 수는 2016년 3만3,323명에 달해 해당 기간 중 연간 약 7%에 근접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아직 관련 통계가 잡히지는 않지만 해당 추세가 이후 지속됐다면 올해는 종사자 수가 4만명선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숙제는 남아 있다. 콘텐츠산업의 본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선싱 사업의 매출은 국내 캐릭터산업 총매출의 10% 정도라고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전했다. 따라서 이 같은 본원 분야의 산업 생태계가 육성될 수 있도록 중소 캐릭터 개발 기업들을 후방 지원할 라이선싱 전문 대행기업들을 육성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민병권·이상훈·유주희·변수연기자 newsroom@sedaily.com

한국 최초의 캐릭터인 옛 바른손의 ‘부부보이’를 소개한 중앙대 프리젠테이션 자료 ‘Design culture & Life’의 한 대목. 얼룩소가 부부보이다.


[토요워치-전세계 휩쓰는 K캐릭터] “제가 태어난 곳은 만화죠”

<캐릭터의 일생>

문화 창작물·스포츠 스타 등 원류로 삼아

전문디자이너·기획사들이 캐릭터 개발

저작권 기업서 상용화·사용권 넘기기도

AI 통한 창작 잇따라 제도 정비 서둘러야

지난 1985년 당시 문구류 제조·유통사였던 바른손은 자사 제품에 깜찍한 몸짓으로 서서 윙크하는 얼룩소 그림을 넣기 시작했다. 최초의 국산 캐릭터 상품 ‘부부보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바른손은 후속 캐릭터들을 내놓으며 1990년대까지 팬시 및 문구류 상품시장을 선도했다. 아쉽게도 바른손 관계자는 “현재 문구 및 캐릭터 사업은 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개발자들도 거의 다 퇴사해 소식을 모른다”고 전했다. 1998년의 외환위기 충격 속에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바른손은 적극적인 자구책과 법원 중재로 법인 청산은 면했으나 주인이 바뀌었다. 업종도 전환해 게임·영화 제작·배급사업 및 외식업을 영위 중이다.

바른손과의 인연은 끊겼지만 창업자였던 박영춘 회장의 장녀가 새로 회사를 차려 사업 명맥을 이었다. 위즈크리에이티브 창업자 박소연 대표가 바로 그다. 그는 바른손에서 캐릭터개발팀장을 맡기도 했다. 박 대표는 “바른손은 미키마우스·스누피 같은 해외 캐릭터들을 문구류에 적용해 국내에 확산시켰는데, ‘더 이상 외국에 10%에 달하는 로열티를 주지 말고 국산 캐릭터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고 부부보이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까지 ‘캐릭터’라는 용어 자체가 국내에서는 생소했고 마스코트라는 용어가 쓰이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한 뒤 “그런 상황에서 바른손은 다양한 해외 캐릭터 사업의 사례를 연구해 부부보이 캐릭터들을 다양한 상품군에 응용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캐릭터 스타일 가이드북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가이드북을 바탕으로 부부보이와 후속 캐릭터들이 바른손뿐 아니라 식음료·생활용품 제조사 등 여러 분야 기업들에 라이선싱(수수료 등 일정한 대가를 받고 상표권과 같은 지식재산권 사용권리를 타인에게 부여하는 것)됐다는 것이다.

위즈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한 캐릭터 ‘얌’의 이미지. 2000년대에 일본 등에 진출해 인기를 얻었다. 위즈커뮤니케이션은 바른손 창업자 박영춘 회장의 장녀 박소연 대표가 창업한 기업이다. /이미지 출처=위즈크리에이티브


이처럼 오늘날 상업용 캐릭터의 일생은 일반적으로 ‘캐릭터 개발→상품화→라이선싱’을 거친다. 이때 캐릭터 개발을 기업이 직접 스스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 디자인 업체 등에 외주를 주기도 한다. 라이선싱 업무도 직접 캐릭터 저작권 보유 기업이 맡는 경우와 라이선싱 중개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경우로 나뉜다. 따라서 캐릭터 산업의 생태계는 크게 ‘캐릭터 개발자→캐릭터 저작권자→라이선싱 중개사업자→캐릭터 사용자’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부수적으로 홍보·마케팅 대행사 등이 생태계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권 기업이 라이선싱 없이 자사 상품에만 고유 캐릭터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상품용이 아니라 자사 고유의 기업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나 공익 캠페인용 상징물로 캐릭터를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캐릭터 개발은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캐릭터의 원류에 따라 달라진다. 원류는 주로 만화·영화·게임과 같은 문화창작물이나 방탄소년단(BTS) 같은 문화·스포츠계 스타, 부부보이 같은 기업 자체 창작물로 분류된다. 이 중 문화콘텐츠가 주된 ‘원류’다. 세계 최초의 캐릭터 상품인 미키마우스도 월트디즈니사의 만화영화에서 탄생했다. 초창기만 해도 이 같은 문화창작물 기반 캐릭터의 개발자는 만화 원작자였다. 한국의 국민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도 김수정 화백이 창조했다.



반면 만화·영화 산업이 고도화·거대화·분업화하면서 ‘창작물 원작자=캐릭터 개발자’라는 등식이 깨지는 일도 다반사다. 출판·영화·애니메이션 제작·기획사가 창작물의 기획 방향을 잡으면 그 콘셉트에 맞춰 외부 디자인 전문 사업자 혹은 독립 만화작가 등이 디자인 초안을 스케치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 초안을 받은 기획사가 다시 자체적으로 다듬어 완성도를 높인다. 캐릭터가 적용될 창작물의 성격과 적용 매체종류, 상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에 맞도록 캐릭터의 형태와 배경 스토리 등을 조율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도화된 캐릭터 개발의 생태계마저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여파로 또다시 변모할지 모른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캐릭터를 창작하는 시대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이미 AI는 빈센트 반 고흐 등 유명 화가들의 화풍을 학습하고 이를 응용해 신작을 직접 그리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AI가 창작한 캐릭터의 저작권은 인정될까. 현재로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만을 저작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인간이 아닌 AI의 창작물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해당 딜레마는 국제적으로도 저작권제도의 큰 화두다. 한국의 캐릭터 산업이 4차 산업에 맞게 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선제적으로 저작권법 제도 등을 정비해 새 조류의 물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카우스(KAWS)의 ‘킴슨(KIMPSON) 앨범’이 1일 홍콩 소더비경매에서 약 167억원에 낙찰됐다. /출처=소더비


[토요워치-전세계 휩쓰는 K캐릭터] 살짝 고쳤더니 ‘돈’ 되네

<캐릭터의 변신 일기>

美 심슨가족+팝아트 ‘킴슨앨범’ 167억원

스폰지밥·아톰 등도 변형...수십억대 거래

미키마우스 ‘초라한 생쥐’서 귀엽게 변신

뽀로로도 슈트·청바지 입혀 업그레이드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 ‘킴슨(KIMPSON) 앨범’의 가격은 무려 167억원이다. 지난 1일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약 1억1,597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크기는 가로·세로 101.6㎝다. 작가는 미국 출신인 45세의 젊은 작가 카우스(KAWS)다.

도대체 무엇이 이 그림을 그토록 고가에 팔리게 했을까. 카우스는 유명 캐릭터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변형’해 작업하는 팝아티스트다. 그림 속 심슨 가족을 보더라도 X자로 처리된 눈, 떡덩어리를 붙인 듯 커다란 귀, 해골처럼 턱뼈가 도드라진 얼굴 등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경매 출품 당시 추정가는 600만~800만홍콩달러였지만 경합이 붙어 무려 15배 이상의 높은 가격에 팔렸다. 카우스는 심슨을 패러디 한 킴슨 시리즈를 다수 제작했는데 심슨의 캐릭터 저작권 만료로 작품을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된 상황이 오히려 희소성으로 작용해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릭터가 진화하면 ‘돈’이 된다. 친숙한 캐릭터에 변형된 특별함이 더해져 부가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카우스의 경우 심슨 외에도 ‘미키마우스’ ‘아톰’ ‘스폰지밥’ ‘세서미 스트리트’ 등의 캐릭터를 변형한 작품들이 수십억원대에 거래되며 대량생산한 캐릭터 상품과 디자인 협업 제품도 인기다. 지난해 7월 카우스가 서울 잠실 롯데타워 앞 석촌호수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내한했을 때는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도 “영접…KAWS”라며 작가와 함께 찍은 사진들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캐릭터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예술의 소재로 차용한 팝아트와 손잡을 때 가치 상승이 극대화된다. 무라카미 다카시 등 일본의 팝아트 작가들은 아예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해 강렬한 정체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한국 작가로는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결합한 ‘아토마우스’의 작가 이동기가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은 국내외에서 수천만원대에 팔린다.

19일 DDP에서 개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애니메이션의 마법’에 출품된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캐릭터. /사진제공=GNC미디어


캐릭터는 진화한다. 원래 그랬다. 월트디즈니의 대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의 경우 초기작인 ‘증기선 윌리’에서는 초라한 생쥐 캐릭터였지만 스토리가 강화되면서 더욱 귀엽게 진화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저서 ‘판다의 엄지’에서 진화론을 캐릭터에 접목시켜 설명했는데, 성장 과정에서 머리 크기에 비해 팔다리가 길어지고 턱이 길어지는 것이 진화의 섭리지만 미키마우스는 “아이들처럼 짧고 땅딸막한 다리를 갖게 하기 위해 바지를 내려 입었으며 머리는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밝혔다. 즉 눈이 크고 머리뼈가 둥글게 솟고 턱이 뒤쪽으로 들어간 ‘유아적 특징’을 강조해 소비자들의 본능적 애정 욕구를 끄집어냈다는 것이다.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 캐릭터도 외모가 달라졌다. 첫 시즌에서는 펭귄 뽀로로와 여우 에디, 흰곰 포비 등의 캐릭터가 동물답게 벌거벗은 모습이었으나 시즌2·3을 거듭하면서 푸른색 점프 슈트나 청바지에 티셔츠 등을 갖춰 입게 됐다.

19일 DDP에서 개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애니메이션의 마법’에 선보인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들. /사진제공=GNC미디어


결국 진화의 방향은 취향을 고려한 세련미, 스토리의 강화와 맞물린다. 마블 캐릭터 등 강인함이 특징인 것들은 외모나 의상·장비 등을 통해 힘과 능력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이처럼 캐릭터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것이 보여주는 게 꿈과 이상이기 때문이다./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토요워치-전세계 휩쓰는 K캐릭터] 라전무·라바愛 빠진 ‘키덜트’

<캐릭터의 사회 심리학>

어린시절 본 영화·애니 속 주인공

‘추억의 오브제’로 삼아 행복 느껴

지난 18일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 지하 캐릭터숍에서는 경쾌한 일본 가요가 흘러나왔다. 13.2㎡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피겨를 비롯해 열쇠고리, 게임용 카드 등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용품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20대 여성 손님 두 명이 피겨와 열쇠고리를 만지작거리면서 구입을 저울질했다. 인근 다른 가게에는 곰 모양 피겨가 진열돼 있었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구매해 이름을 알린 브랜드다. 10만~60만원대의 가격에 크기와 색상별로 실로 종류가 다양했다. 가게 직원 이경한(26)씨는 “키덜트 마니아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피겨를 100개 이상 사간 사람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캐릭터 산업의 성장에서 ‘키덜트(kidult)’를 빼놓을 수 없다. 키즈(kids)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말 그대로 아이들의 물건이나 문화를 즐기려는 성인을 뜻한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인형이나 소품을 사 모으는 게 키덜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유아기 사고를 못 벗어난 ‘어린이 같은 어른’ 혹은 ‘철없는 어른’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지녔으나 지금은 대중문화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소수의 20~30대 마니아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키덜트족은 2000년대 들어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성장으로 40~50대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7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24세의 88.4%가 캐릭터 상품을 산 경험이 있었다. 25~29세 경험자는 그보다 높은 94.2%로 나타났다. 30대와 40대도 86.6%와 77.1%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렇다면 키덜트들은 왜 캐릭터에 집착할까. 우선 향수(鄕愁)다. 산업화 시대에 유년기를 보낸 성인들에게 어렸을 때 즐겨 시청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추억의 오브제(objet·대상)’로 삼아 심리적 만족을 찾고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40~50대는 이전 세대와 다른 유년기를 보냈다”면서 “유년 시절과 연관된 물품을 수집하면서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인들 고독·스트레스도 영향

20대서 50대까지 상품 구입 경험

“과도한 집착은 생활에 지장줄수도”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사회 속에서 겪는 현대인의 고독과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30대가 캐릭터 용품의 주 고객층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캐릭터인 ‘쵸파’의 피겨를 모으는 직장인 김모(30)씨는 “마음 놓고 기댈 사람 하나 찾기 힘든 현대사회에서 캐릭터는 친구와 같은 존재”라며 “한 달에 한 번 피겨를 사러 가는데 항상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쟁사회의 스트레스에 지칠 대로 지친 성인들은 실수가 용인되고 책임감이 덜했던 유년 시절의 안락함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리가 커진다”며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물인 캐릭터 용품을 통해 심신의 안정과 행복을 갈구하면서 키덜트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고 분석했다.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면서 컬렉션 문화가 형성된 것도 키덜트들이 캐릭터에 빠지는 이유로 꼽힌다. 부유층들이 값비싼 예술품을 수집하듯 어느 정도 소비력을 갖춘 20~30대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40~50대 중산층들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캐릭터와 피겨를 사 모으면서 ‘컬렉터’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한 개일 때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관련된 물품을 다양하게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컬렉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에게 캐릭터 용품 수집은 돈이 아깝지 않은 취미생활이자 ‘자아실현’의 수단이 된다. 노 교수는 “미술품이나 자동차를 수집하는 것과 우표나 피겨를 사 모으는 것은 가격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행위”라면서 “캐릭터에 열광하는 키덜트들은 컬렉션된 오브제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덜트라는 용어에는 유아적·퇴행적이라는 시각이 내재돼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비문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인식되면서 부정적 인식도 상당히 불식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키덜트들의 컬렉션 욕구에 대해 경제적으로는 과소비를, 심리적으로는 집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 교수는 “최근 캐릭터 상품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가격도 비싸졌다”며 “키덜트들이 구매를 늘리면 관련 산업이 성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수집을 취미로 즐기는 것은 좋지만 캐릭터에 과도하게 집착해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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