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은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 주력산업의 미래상을 전망하고 산업별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담은 ‘2030 제조업 비전’을 연말에 최종 발표하기로 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올 3월 말까지 2030 제조업 비전을 발표한다고 적시했지만 이는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이라며 “제조업 지도를 그리고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은 최소 1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3월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중국제조 2025’에 대응할 만한 ‘2030 제조업 비전’을 3월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는 당시 “4차 산업혁명 등 글로벌 산업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중국 등 후발국 추격 심화, 산업구조 고도화 지연 등으로 주력산업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제조업 중장기 산업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업종별 활력 제고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로, 일본이 ‘신산업구조비전’으로, 싱가포르가 ‘산업변혁지도’를 만들어 제조업의 미래를 구상하는 흐름을 지적한 것이다.
기재부가 제조업 비전의 ‘속도전’을 우선시해 발표 시기를 최대한 앞당겼지만 산업연은 ‘속도’보다 ‘내용’을 중요시해 결국 연말에 보고서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관가에서는 부처 간 공조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기재부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산업연구원과 ‘2030 제조업 비전’ 발표시기에 대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연구용역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다만 오는 6월 말께 ‘2030 제조업 비전’의 중간 연구결과를 ‘보고서’ 내지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외 경기침체로 기업 실적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제조업 육성 전략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3~4개월 만에 만들어내는 보고서에 획기적인 제조업 육성 방안이 담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결국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