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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선임기자의 관점] "지방 인재 육성,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막아서야..."

■'수학의 정석' 홍성대이사장의 탄식

" 年 2,000억 절감효과는 간과

'귀족학교' 프레임 가슴 아파

DJ정부때 적극 권유해 놓고

자율권 부여 약속 뒤집어 착잡"





홍성대(왼쪽) 상산고 이사장이 학생들에게 자신이 저술한 참고서 ‘수학의 정석’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상산고 제공


홍성대는 몰라도 ‘수학의 정석’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고교수학 참고서의 바이블인 수학의 정석을 쓴 이가 바로 홍성대 상산고등학교 이사장이다. 그의 나이 서른이던 지난 1966년 펴냈다. 서울대 수학과 재학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집한 자료들을 모아 출간했다고 한다. 수학 참고서 하나만으로 그는 큰돈을 모았다. 지금도 한 해 100만권쯤 팔린다. 상산고는 그가 어렵게 공부한 고학의 산물이다. 홍 이사장이 책을 팔아 모은 사재를 털어 전주에 1981년 상산고를 설립했다. 일반고로 출발했다가 김대중(DJ) 정부 때인 2003년 자율형 사립고로 탈바꿈했다. 지금의 자율형 사립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바뀐 것이다.

홍 이사장은 전화 통화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둔 민감한 시점인 탓인지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대신 DJ 정부 때 자사고 추진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정부가 고교 평준화로 인한 붕어빵 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했죠. 30개쯤 인가를 내줄 생각이었는데 재정 형편 탓에 자사고를 설립하려는 교육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서울은 배제된 가운데 지방 8곳이 신청해 이 중 2곳이 탈락했습니다.” 상산고는 민족사관고와 포항제철고 등과 더불어 ‘원조 자사고’로 꼽힌다.



그는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기쁜 마음으로 자사고 설립에 응했다”면서 “당시 큰 마음을 먹고 교육에 투자했다”고 회상했다. 홍 이사장은 해마다 30억원씩, 지금까지 450억원을 학교 운영에 냈다. 그는 “이제 와서 고교서열화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야금야금 자율권을 빼앗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년대계여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마다 오락가락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경과 좌절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자사고의 우선선발권 배제와 이중지원 금지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신청을 주도했다. 홍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변론에서 재판관이 심경을 묻자 ‘학교를 접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이 발언과 관련해 “교육자가 여건이 나쁘다고 학생을 가르치지 않고 접을 수 있겠냐”며 “너무 억울하고 착잡해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교육 당국이) 상산고의 자사고 폐지를 결정한다면 법적 구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고의 등록금이 일반고의 세 배인 것을 두고 “귀족학교니, 특혜를 받았느니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면서 “정부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않는 자사고 42개에서 연간 2,000억원의 재정절감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일반고 투자에 활용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여든이 넘은 이 나이에 더 이상 뭘 바라고 무슨 욕심이 있겠냐”면서 “지방에 명문학교를 만들어 인재를 육성하는 게 보람이자 명예인데 정부가 도와주지 못할망정 막겠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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