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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문재인정부 집권 3년차 ‘깔딱고개’ 증후군

김광덕 논설위원

역대정부 3년차 비리·대형사고

'기울어진 사법부'·패스트트랙 등

자신감·초조함에 권력 질주 우려

무리 말고 겸손하게 고개 넘어야

김광덕 논설위원




‘주역’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잠룡(潛龍)-현룡(現龍)-비룡(飛龍) 단계를 거쳐 절정에 이른 용이 바로 항룡이다. 공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가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절대 권력자에게 무작정 밀어붙이면 일을 망치게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봄날 풍경을 보면서 항룡을 떠올리게 된다. 보름 후 현 정부는 출범 2주년을 맞고 집권 3년 차에 돌입한다. 역대 대통령의 3년 차에는 옐로카드를 보내는 증후군이 많이 나타났다. 권력형 비리나 대형사고 등이 터졌다. 대통령 지지율에서 긍정보다 부정 여론이 더 많아지는 ‘데드크로스’ 현상도 생긴다. 권력 내부 균열이 가시화되고 내부 고발자들도 등장한다.

권력은 등산에 비유된다. 요즘은 정상 직전에 흔히 있는 ‘깔딱고개’를 지나는 시점이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레임덕(권력누수) 기간을 제외하면 올여름쯤 정상에 도달한다. 그 다음은 곧바로 하산길이다. 집권 3년 차는 깔딱고개를 오르고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하는 정치적 고비이다. 깔딱고개를 통과할 때 어떤 사람들은 ‘고지가 바로 저기’라며 무리해서라도 단숨에 뛰어 넘어간다. 다른 사람들은 하산까지 염두에 두고 숨을 고르면서 한발 한발 올라간다. 산행을 즐겼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산에 오르기보다 내려가기가 더 어렵다”고 말하고는 했다.

문재인 정부는 깔딱고개에서 무모하게 질주한다는 느낌을 준다. 우선 말도 많았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촛불 정권’이 자신과 남편이 재판을 맡았던 소송 관련 기업의 주식을 거래해 도마 위에 오른 이 후보자의 임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데에는 늦기 전에 ‘진보로 기울어진 헌재’를 만들자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친(親)문재인 정부 성향 재판관은 6명으로 늘었다. 법조계 인사는 “코드가 일치하는 헌법재판관 6명이 의기투합하면 국가보안법과 선거연령 제한, 사형제 등 쟁점 법안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법관 교체까지 포함하면 ‘사법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완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바라던 ‘주류 세력 교체’ 꿈이 실현됐다. 그러나 3권분립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여야4당이 자유한국당을 ‘패싱’하고 선거제도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는 패스트트랙 추진에 합의한 것도 독주 사례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4당은 공수처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개혁’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을 고립시키려는 정략이다. 특히 제1야당의 동의 없이 선거 룰을 바꾸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연대로 ‘4여(與) 1야(野)’ 구도를 밀어붙이는 정계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의 변곡점에서 여권이 오만과 독선·독주의 극점으로 치닫고 있다. 한 정치학자는 “집권 3년 차에 나타나는 대통령의 과잉 자신감과 초조감의 복합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3년 차에는 국정운영 경험을 토대로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 재선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임 대통령으로서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역사와의 대화’에 주력한다. 지지율이 더 추락하기 전에 열매를 따야 한다는 조급증도 생긴다. 경제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한 정부의 초조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권력의 무한질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이런 상황에서 친인척·측근의 권력형 비리가 장애물로 툭 튀어나온다면 과속하던 차량은 어떻게 되겠는가. 레임덕은 가속화되고 국민들의 살림은 어렵게 된다. 불행한 시나리오의 현실화를 막으려면 무리하지 말고 겸손하게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시구처럼 편안한 하산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광덕 논설위원 k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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