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북러정상회담을 열고 전통 우방 관계를 과시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로 준비해온 칼을 전하고 함께 살펴보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께 푸틴 대통령과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 북한과 러시아 정상이 얼굴을 직접 맞댄 것은 지난 201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 간의 회담 이후 8년 만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단독회담 및 확대회담에서는 비핵화와 경제협력 등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이후 열린 공식 연회에서는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김 위원장은 “나는 오늘 푸틴 대통령 각하와 조로(북러) 친선 관계 발전과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그리고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국제적 문제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 친선 관계를 새로운 높이에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강화·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은 나와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며 전략적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두 나라 인민은 일찍이 지난 세기 항일대전의 공동의 투쟁 속에서 전우의 정으로 굳게 결합 됐으며 장병들은 조선의 해방을 위하여 자신들의 피를 아낌없이 바쳤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호친선의 의미로 칼을 선물하면서도 “절대적인 힘을 상징하고 있다”며 “당신을 지지하는 나와 우리 인민의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대단히 감사하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역내 핵 문제와 다른 문제의 평화적 해결 외에 대안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러시아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지역 전체 안보 강화를 위한 협력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 진전에 기여하기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 구축과 남북한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북한 지도부의 행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힘을 합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한반도속담을 언급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로 여기에 성공의 담보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접했던 일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날 연회 헤드테이블에는 양 정상 외에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러시아 측에서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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