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스럽게 핀 연꽃 위에 거북 한 마리가 쏙 들어앉은 형상의 청자 주전자다. 고려청자의 전성기인 12세기에는 이처럼 다양한 동식물을 표현한 주전자와 병 등이 제작됐다. 지난 1962년에 국보 제96호로 지정된 청자 구룡형 주전자는 상상의 동물인 용에 가까운 거북이를 보여준다. 주전자의 높이는 17㎝, 밑지름은 10.3㎝이며 바닥의 굽 지름은 9.9㎝이다. 상 위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이며 감상용으로도 충분하다. 거북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등에는 가운데 왕(王)자가 적힌 육각형이 새겨져 있다. 등 뒤로 꼬아 붙인 연꽃 줄기가 그대로 손잡이가 됐다. 거북 등 중앙에는 섬세하게 빚은 작은 연꽃잎을 오므려 물 담는 구멍을 만들었다. 용을 닮은 얼굴은 이마 위의 뿔과 수염·갈기·눈·이빨·비늘 등이 정교하면서도 부드럽고 숙련된 솜씨로 제작됐다. 두 눈의 눈동자는 검은색 안료로 점을 찍었고 이빨은 아래위가 가지런하다. 목과 앞가슴의 비늘은 음각으로, 발톱은 실감 나게 양각으로 표현했다. 상서로운 용의 입을 통해 물을 따를 수 있는 구조다. 회청색의 유약이 은은한 윤기를 만들어 우아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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