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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선임기자의 청론직설]"대통령 주변에 인사전문가 있긴 하나…정치적 고려 이젠 끊어야"

■이근면 前 인사혁신처장

국정철학 이해? 쉽게말해 '코드'

자격 합리성·절차 정당성 따져야

망신주기 청문회도 국가적 손실

자질·도덕성 이원화로 개선 필요

차기 대선에선 섀도 캐비닛 공개

지도자 인사역량 국민 검증을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대통령의 인사권은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지 그들만의 대통령이 아니기에 인사권을 국민 눈높이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욱기자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인사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근절을 위한 구원투수로 그를 낙점했다. 삼성그룹에서 30여년 동안 인사 분야의 한 우물을 판 전문성과 경험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공직자 성과연봉제 확대와 공무원 연금개혁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이 전 처장은 최근의 인사난맥과 관련해 “국가대표선수를 뽑는데 지역 안배를 하고 정치적 고려를 해서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차기 대선에서는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을 공개하도록 해 국가지도자의 인사역량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의 선릉이 내려다보이는 개인연구소 ‘사람들연구소’에서 이 전 처장을 만났다.

-최근 청와대 인사를 두고 논란이 크다.

△두 가지가 문제다. 첫번째는 ‘사람이 참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할 만한 사람은 안 하겠다고 하고, 하겠다는 사람은 허점이 많다는 항간의 소리가 있다. 인재 풀이 너무 협소한 것 같다. 두번째는 참모들의 문제다. 정부 초기에는 보좌진의 책임이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사실패 논란이 거듭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참모들이 대통령 보좌를 잘못했다.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환경까지 저해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 주변에 인사 전문가가 있기는 한가. 정치인만 보인다. 이번만은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과정의 실수가 있는지, 간과한 실수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선 공약인 인사추천실명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자세히 봐야 한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바꾸자는 지적이 많은데.

△이제는 한계가 왔다. 인사청문회를 했는데도 장관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어떻게 해나갈지 알 길이 없다. 반성할 대목이다. 후보자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정책을 이루고 싶은 사람인지, 그럴 능력은 있는지를 보여주는 청문회가 아니다. 자질과 역량 검증은 뒷전이고 도덕성 시비와 흠결 들춰내기만 있다. 망신주기식 청문회는 국가적 손실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그랬다.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이원화가 필요하다. 자질과 능력의 검증은 지금처럼 공개청문회에서 하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민정라인의 철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비공개로 가더라도 결정적 흠결이라면 청문 보고서에서 ‘부적격’을 명시하면 될 일이다. 인사청문회 이원화는 특정 정파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이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여야 하지 않나.

△청와대가 밝힌 인사검증 7대 기준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준을 강화할 것과 완화할 것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이해충돌 사안이라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직책과 직무에 위배되는 일탈도 곤란하다. 예컨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병역의무를 고의로 회피하거나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경우다. 합리적이지 않은 재산 증식 역시 국민이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주민등록 위반이나 위장전입 등의 문제는 달리 봐야 한다. 이런 사안들은 지도층이든 그렇지 않은 계층이든 과거에 가볍게 봤다. 국민에게 진솔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차라리 엽관제를 도입하거나 인정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 다만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지 특정 집단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기용이라는 말에는 분열과 갈등의 단어가 존재한다. 자격의 합리성과 절차의 정당성을 따져 인사를 해야 한다. 엽관제는 곤란하다.

-과거 정부에서도 인사참사가 있었다. 왜 되풀이되는가.

△국가지도자의 용인술과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의 수준의 문제다. 우리 사회와 국민 의식이 크게 발전한 데 비해 인사역량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런 뿌리에는 기득권 지키기가 있다. 내 편 챙기기 인사는 국민만 불행해진다. 정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영원하기에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민 눈높이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인사할 때 국정철학을 꼭 내세우는데.

△국정철학이 뭔가. 쉽게 말해 ‘코드’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국민이 코드 인사를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정권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은 어렵다 해도 인재는 최대한 폭넓게 기용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물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치권 출신이나 정치에 발을 댄 일부 교수 등이 그럴 것이다. 그 외 나머지는 국정철학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인사에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국민은 정치적 고려와 배려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반칙이다. 공직 인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지역 안배다. 이것부터 문제다. 축구 국가대표선수를 뽑을 때 지역 안배를 하는가. 베스트멤버를 구성해야 한다. 정치적 고려는 국회의 몫이다. 국회의원 구성에 지역 안배(지역구)가 돼 있다. 행정에 왜 지역 안배를 해야 하나. 정치와 행정은 달리 봐야 한다. 인사부터 갈라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의 정치 예속화를 부른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만 해도 과거에는 관행으로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은 실정법 위반의 잣대를 들이대는 시대다.

-정치와 행정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데.

△대통령의 권한은 인사권에서 나온다. 대통령의 인사 능력은 곧 국정운영 능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국민으로부터 인사역량을 검증받아야 한다. 차기 정부의 섀도캐비닛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용인술은 국가지도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국민들이 수백 개의 대선공약을 다 기억하겠는가. 번드르르한 공약보다 섀도캐비닛이 국민의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총리를 포함한 내각 명단을 내놓으면 차기 지도자의 인사역량을 볼 수 있고 정책방향과 공약이행 여부도 알 수 있다. 정치와 행정의 분리는 인사에서 시작해야 하고, 첫발은 섀도캐비닛 공개에 있다.

-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 돌연 사의를 표명했는데.

△일할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길게 보고 국민과 정부·공무원을 위하는 방향으로 일을 하려 했지만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집단’이 있었다. 사의를 표명했는데도 한동안 수리가 되지 않더라. 그래서 ‘기자회견에서 거취를 밝히겠다’는 뜻을 전하자 그제서야 수리가 됐다. 참모들이 사의 표명을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처럼 공무원 증원이 바람직한가.

△국정기조에 따라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데 공적 영역이 늘어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다간 언젠가는 공무원 조직이 구조조정의 부메랑을 맞지 않으리라 보장하지 못한다. 다만 공무원의 정년은 연금개혁을 전제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 정년 이전에 옷을 벗고 나가면 결국에는 ‘관피아’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chans@sedaily.com



He is…

지난 2011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키스 후스 후’에 등재된 인사 전문가다.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동고, 성균관대 화학공업과를 졸업하고 197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30여년 동안 인사업무의 외길을 걸었다. 이런 경험을 인정받아 2014년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인사 전문가이지만 이공계 출신답게 다수의 기술특허 출원도 있다. 지금은 개인연구소를 내고 강연과 저술, 인사 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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