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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S] 텅 빈 산단에 학교만. 저녁 8시면 버스 끊기고 택시도 안와

■[무너지는 산학협력]<상> 학생 사라진 산학융합캠퍼스-실태 어떻길래
본교와 멀지만 셔틀버스 태부족
교수가 車로 학생 태우고 출근도
당진·새만금 등 기업 입주율 저조
취업은커녕 인턴십 기회조차 없어
5년 한시 지원 끝나 재정난 심해져
대학·산학융합원간 갈등 커지는데
정부는 올해도 4곳 추가지정 나서

  • 박진용 기자
  • 2019-05-02 18:30:50
  • 사회일반
[탐사S] 텅 빈 산단에 학교만. 저녁 8시면 버스 끊기고 택시도 안와

[탐사S] 텅 빈 산단에 학교만. 저녁 8시면 버스 끊기고 택시도 안와

[탐사S] 텅 빈 산단에 학교만. 저녁 8시면 버스 끊기고 택시도 안와
기자가 지난 4월 방문한 산학융합캠퍼스에서는 수업이 거의 열리지 않는 듯 학생들을 만나기도 어려웠다. 4월8일 방문한 전북 군산 새만금 산학융합캠퍼스(위 사진)에서는 2~3시간을 기다려 학생 1명을 겨우 만났다. 4월15일 방문한 전남 대불 산학융합캠퍼스(영암·가운데 사진)에서도 수업이 거의 열리지 않았다. 4월1일 방문한 충남 당진 산학융합캠퍼스(아래 사진)에서는 수업 중인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전체적인 캠퍼스 분위기는 텅 빈 산업단지처럼 황량했다. /군산·영암·당진 =박진용기자

“황량한 벌판에 띄엄띄엄 공장 몇 개 있는 게 전부입니다. 상가도 없습니다. 삼겹살집이 올해 들어 학교 근처에 처음 생겼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그전에는 회식을 하려고 해도 편의점 옆에 간이의자 몇 개를 펼쳐두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당진버스터미널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이 걸려요. 그나마 저녁8시면 버스가 끊깁니다. 택시를 불러도 아예 여기는 안 옵니다. 콜도 안 받습니다.”

지난 4월 초 방문했던 충남 석문산업단지 내 호서대 당진 산학융합캠퍼스. 한 학생은 이렇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처음 입학할 때는 산학융합캠퍼스라고 해서 기업과의 교류도 활발하고 취업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곳 기업연구관에 들어와 있는 기업들이요? 아주 조그만 스타트업이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에게 공동 연구개발(R&D)이나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 기회라도 제공하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어서 학생들이 잘 안 하려 합니다.”(호서대 교직원)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1학년을 마치면 남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군대를 갑니다. 한 과 40명 중 3~4명만 남습니다. 군대를 갔다 오면 그래도 뭔가 바뀌어 있겠지라는 생각이지요.” 한 학생의 말이다.

◇기업 없는 텅 빈 산단에 학교만=전국 8곳에서 운영 중인 산학융합캠퍼스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당진·새만금·대불 등에서는 텅 빈 산업단지 한복판에 3~4개의 학교 건물이 지어져 있는 게 전부이고 학생들도 없다 보니 적막감만 감돌았다.

실제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준공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양률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35%도 형식적인 분양률 기준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드넓은 산단에 띄엄띄엄 공장이 들어서 공장건설 기준으로 분양률이 10%도 안 돼 보였다.

지난해 준공된 울산산학융합지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울산대·울산과기원·울산과학대 등이 입주한 울산산학융합 지구는 울산테크노산업단지가 신규로 조성되면서 함께 입주했다. 총사업비만 968억원(국비 157억원, 울산시 등 지자체 250억원, 민자 561억원)이 투입됐다. ‘울산형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산학융합지구 인근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10개 남짓에 불과하다. 조성된 입지에 기업체가 모두 들어오면 약 7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기업들은 입주를 차일피일 미루는 실정이다.

[탐사S] 텅 빈 산단에 학교만. 저녁 8시면 버스 끊기고 택시도 안와

산학융합캠퍼스는 본교와 동떨어져 있지만 셔틀버스 등의 지원이 부족한 탓에 교수가 직접 본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자신의 차로 태우고 수업을 하러 가는 촌극도 발생하고 있다. 새만금산학융합원 관계자는 “산학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보니 대학에서 셔틀버스까지 지원해주기는 어렵다”며 “본교에서 산학융합캠퍼스까지 오가는 버스 교통편이 자주 없어 교수들이 직접 자신의 차로 학생들을 태워 수업을 하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충북도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산학융합캠퍼스에 입주한 기업에서의 인턴십 등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무엇을 위해 본교를 두고 학과를 옮겼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저 학교 측에서 결정한 대로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산학융합원 간 갈등도=애초에 정부 지원은 5년 시한으로 진행됐다. 이 기간이 끝나면서 재정난이 심해지자 산학융합캠퍼스의 운영 방식을 두고 산학융합원 법인과 대학 간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산학융합캠퍼스는 지역별로 산학융합원이라는 별도의 사단법인에서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산학융합원 측에서는 대학이 학생 이전과 입주기업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반면 대학 측에서는 산학융합원이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조직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호서대 관계자는 “산학융합캠퍼스를 운영하면서 학교 측에서는 매년 20억원 가까운 적자를 감당하고 있지만 융합원이 학생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융합원은 자기 직원들 먹여 살리느라 바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산학융합원장은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5년 동안은 대학이 정부로부터 평가를 받는 신세다 보니 각종 산학 프로그램 운영에 그나마 협조적이었지만 지원기간이 종료되면서 학생들을 철수하는 등 독단적인 행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수와 학생이 있어야 기업들과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대학들은 자기 희생 없이 이래라저래라 요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 이런데도 정부는 추가 지정 계획=기존 산학융합캠퍼스 8곳의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구조조정이나 개선책 강구 없이 추가 지정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에 조성된 8개 지역 외에 이미 제주·인천 등 5개 도시에서 캠퍼스 조성이 진행되고 있고 올해에만 4개 지역이 추가로 지정될 예정이다. 이원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이 사업은 기업이 많은 곳에 대학의 혁신역량과 연구역량을 접목시키자는 취지였지만 이제 그냥 예산 확보나 지자체 사업, 정치적으로 보여주기 식 사업으로 전락한 느낌”이라며 “지금 또 추가 지정하고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정확한 성과분석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향이 올바를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S] 텅 빈 산단에 학교만. 저녁 8시면 버스 끊기고 택시도 안와

<특성화고 교육현장도 올 스톱>

정부지원 종료로 예산 감당 못해

산학융합지구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지역 인근 특성화고 학생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관련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특성화고 대상 맞춤형 교육이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를 계기로 양질의 현장교육 제공이 사회적 화두가 된 만큼 산학융합지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8개 산학융합지구는 연간 최대 3,0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해왔다. 지난해까지 누적 기준으로 1만63명의 학생이 현장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하지만 사업지원 기간이 종료된 2017년 이후로는 관련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시화·군산·구미·울산 등에서는 전격 중단됐다. 오송은 그나마 명맥은 이어오고 있지만 한 해 평균 교육 인원은 30~40명 수준으로 한창 많이 하던 때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안산산학융합원의 한 관계자는 “방학 기간에 학생들 100명을 1~2주 기간 동안 합숙 교육을 진행하면 1억원이 훌쩍 넘는 돈이 들어간다”며 “정부 예산이 지원되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2017년에는 자체 예산으로 진행했지만 비용 부담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해부터는 사실상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성화고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 위치한 한 특성화고 교감은 “제주 지역 현장실습생 사망사고로 양질의 현장실습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산학융합지구에서 실시하는 현장 맞춤형 교육은 최신 설비를 갖추고 안전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이 컸다”며 “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부처별로 따로 지원하기보다는 적어도 특성화고 지원은 한마음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특성화고 등 교육계에서는 정부 지원금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등을 통해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대불 지역에서는 전라남도와의 협력을 통해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선취업 후진학 과정까지 성공리에 운영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한 결과 120명의 학생이 입학해 84명의 학생이 취업에 성공했다.

노성호 대불 산학융합원 사무국장은 “특성화고 학생과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이 맺어지려면 단순 현장실습이 아니라 최종 취업까지 염두에 둔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지자체들도 중앙부처에 떠넘기지 말고 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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