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비메모리 1위’를 내세운 삼성전자(005930)가 자체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픽 등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특화된 GPU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시대에 필수적인 부품 중 하나다.
최근 삼성오스틴R&D센터(SARC)가 낸 채용공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GPU 관련 인재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자체 GPU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저사양 스마트폰에 우선 탑재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을 뒤집은 것이다. 지난해 말 삼성이 게이밍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자체 GPU를 탑재한다는 루머도 있었지만 플래그십인 갤럭시S 시리즈가 우선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자체 GPU 개발은 지난해 영입한 엔비디아 출신의 치엔 핑 루 박사가 이끌고 있다.
3D 그래픽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최근의 모바일 환경상 GPU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수적인 부품이다. 현재 ARM사의 ‘말리’ GPU가 삼성전자의 AP ‘엑시노스’에 탑재되고 있지만 애플이나 퀄컴의 GPU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P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커 나머지 공간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설계해도 전력효율이나 성능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RM과의 계약은 내년께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공고는 “차세대 GPU는 자율주행과 머신러닝·딥러닝 등 성장하고 있는 시장을 포괄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있는 자동차용 반도체에도 GPU는 필수적이다. 자동차가 다양한 센서를 통해 취득한 대량의 이미지를 처리하고 머신러닝·딥러닝을 통해 어떻게 자동차를 움직여야 할지 추론하는 것이 GPU이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가 독식하다시피 한 이 시장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해 256억달러 규모였던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오는 2023년에는 355억달러 규모로 약 35.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GPU는 컴퓨터에서 그래픽 이미지를 처리해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프로세서의 일종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그래픽 품질이 갈수록 정교하고 복잡해지면서 GPU는 이미지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연산성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GPU 기술이 인공지능(AI) 분야에 도입되면서 주목받는다. 지난 2016년 3월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알파고’도 GPU 연산 가속을 바탕으로 하는 AI 학습 능력이 바탕이 됐다. 주요 제조 업체로는 엔비디아·AMD·인텔 등이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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