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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법, '한진重 엉터리 판결문' 결국 수정

매출 5~6조원→2조원 등 경정... 결론은 동일

'큰 등락 없는 안정적 매출' 등 그대로 둬 논란

기존 비상장사 통상임금 판결까지 신뢰 추락

기업은행 통상임금 선고는 '추가검토 필요' 돌연 연기





지난 3일 한진중공업(097230)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주면서 판결문에 엉터리 수치를 곳곳에 기재한 대법원이 결국 판결문을 수정했다. ‘매출 5~6조원’을 ‘매출 2조원’으로, ‘법정수당의 규모는 피고의 연 매출액의 약 0.1%’를 ‘약 0.025%’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매년 큰 등락 없는 매출’ 등 판결 근거가 되는 상당수 문제 표현은 그대로 놓아둔 채 숫자만 바꾸고 결론을 유지해 ‘무성의 판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3일 선고한 김모씨 등 한진중공업 노동자 36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 판결문을 대법관들 직권으로 최종 경정했다. 경정이란 판결에 오류가 있는 것이 명백할 경우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판결문을 바로잡는 절차를 말한다. 대법원은 경정 주문에서 “직권으로 보건대 판결에 명백한 오류가 있으므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당시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한진중공업의 매출액을 ‘5조원 내지 6조원 상당’으로 표기했다. 또 5억원 상당의 추가 수당 비중을 매출 5조원의 0.1%라며 잘못 계산한 채 판결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논란이 된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조원의 매출도 거둔 적이 없었고 추가 수당 비중은 5조원의 0.01%가 맞았다. 대법원은 이에 매출액은 ‘약 2조원 상당’으로, 추가 수당의 비중은 ‘약 0.025%’로 각각 고쳤다.



대법원이 뒤늦게 판결문 숫자만 수정했지만 ‘결론을 정해 놓은 듯한 성의 없는 판결’ 논란은 업계에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신의칙 부정 판단의 핵심 논거인 ‘한진중공업의 매출액은 매년 큰 등락이 없었다’는 부분을 그대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실제 한진중공업 매출은 2008년 3조8,480억원을 기록한 뒤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2014년 1조7,990억원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아예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6년 만에 매출이 반토막 아래로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피고의 매출액은 매년 큰 등락 없이 약 2조원 상당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논거가 합당한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진중공업의 2008~2010년 순이익이 무려 10배나 뻥튀기된 2심 판결문은 따로 경정되지 않았다. 2008~2010년 한진중공업의 실제 당기순이익은 각각 630억원, 519억원, -517억원이었으나 판결문에 삽입된 표에는 6,300억원, 5,190억원, -5,175억원으로 기재됐다. 2심 재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 합류한 김상환 대법관이었다.

해당 사건은 2016년 상고심에 올라가 무려 3년 동안 심리된 사건이지만 판결문에는 기초 수치조차 곳곳에 잘못 기재됐다. 특히 선고된 지 열흘이 넘도록 본지의 지적이 있기까지 이를 수정해야 된다는 인식도 하지 못했다. “대법원이 경영위기에 대해 극단적으로 엄격한 판단을 내놓는다”는 기업들의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신의칙과 관련한 첫 상장사 판단에서 대법원 스스로 권위를 잃는 판결문을 작성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영운수, 예산교통 등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비상장사들에 대한 판결 논거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대법원 1부는 이날 기업은행 통상임금 사건을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추가검토가 필요하다’며 돌연 선고를 연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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