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근후 보고해주세요. (오후 11시 17분, 트위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전 8시 28분, 트위터)”
오후 11시 01분, 오후 11시 17분, 오후 11시 31분, 오후 11시 57분 등 한밤 중에 그것도 트위터 글로 부하 직원에 수시로 업무 지시를 내려보내는 직장 상사 이야기가 31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해당 상사는 다름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재명 지사는 30일 오후 11시 17분 자신의 트위터에 “불법대출광고 신고에 대해 왜 답을 안 하고 있는지, 내일 출근 후 보고하라”고 적었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시민이 트위터에 “화성시 지산2길 상가거리에 뿌려졌던 명함들”이라며 사진을 올리자 이를 이재명 지사가 리트윗하며 담당 부서에 업무를 지시한 것이다.
해당 트위터를 본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이용자는 “경기도 워라밸(일과 가정의 균형) 난리났다, 업무지시는 업무시간에 하라”고 댓글을 적었고 다른 이용자도 “누구한테 업무지시하는거냐, 내일 출근해서 담당 불러서 업무 지시하라”고 썼다. 이 이용자는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라고 동네방네 떠드는 것도 아니고”라며 이 지사의 행위를 지적했다.
이 지사는 한밤중 트위터 업무지시를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 지사는 또 다른 경기도민이 올린 불법대출 관련 사진을 오후 11시 31분께 리트윗하며 “조치내역 알려드리세요”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또 다른 불법 대출관련 트위터 글을 밤 11시 57분에 리트윗하며 “확인해 봐야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구체적인 업무 지시는 아니지만 담당자가 보기에 하루 밤 새 세 번이나 이어진 트위터 글에 충분히 부담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이 지사의 한밤중 업무지시에 응답한 이는 김영수 경기도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었다. 김영수 단장은 다음날인 31일 오전 8시께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단장은 “금일 현장에 출동해 불법광고 전단지 수거 및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불법 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지속적 단속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트위터에서는 이 지사의 행위에 대해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트위터리안들은 “요즘은 퇴근 후에는 카톡으로도 업무지시 하지 말라는 분위기”라며 “이런 상사는 인권위에 신고해야 한다”고 분노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이 지사의) 답답한 마음은 잘 알겠지만 너무 늦거나 이른 시간대 업무 지시는 삼가해 달라”며 “공무원들도 가정의 일원으로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지적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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