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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aw<31> 특별수사부] 권력비리 파헤치던 '검찰의 꽃'…개혁 논의에 존폐 기로

영화 ‘더킹’에서 검사 양동철(배성우 분)이 전략수사부 사무실 앞에서 후배 박태수(조인성 분) 검사에게 한강식(정우성 분) 부장검사의 위기를 신문으로 봤느냐고 묻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여기 뭐가 있는지 알아? 사건이야, 사건. 터지면 이 나라가 들썩들썩할 사건. 근데 우리가 왜 묵혀 두는 지 알아? 맛있게 익기를 기다리는 거야. 사건도 김치처럼 맛있게 묵혔다가 제대로 익었을 때 먹어야 하는 거야.”

영화 ‘더킹’의 검사 양동철(배성우 분)이 검사 임관 후 지방의 한 검찰청에서 음주·폭행 등 일반 형사 사건 처리에 허덕이는 대학 후배 박태수(조인성 분) 검사를 찾아가 야식을 먹자는 명목으로 서울지방검찰청(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데려와 가득 쌓인 서류를 보여주며 건넨 말이다. 지방 일선에선 상상도 못할 사건 기록실을 본 박태수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만한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 목록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양 검사는 그러면서 박 검사가 맡고 있는 지체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을 덮는 조건으로 그가 몸담고 있던 서울지검 전략수사부(전략부) 입성을 제안한다. “너 차미련(극중 유명 연예인) 알지? 걔 히로뽕(필로폰) 했거든. 이거 터지면 대한민국 뒤집힌다. 아껴두고 있는 거야. 불리한 거 생기거나 여론 전환용으로 딱이거든. 묵히고 터뜨리는 거 그게 중요해. 검사라는 건 그걸 알아야 성공하는 거야. 잘 생각해. 전략부 이거 쉽게 오는 기회 아니다.” 양 검사가 내민 차미련의 마약 동영상을 보던 박 검사는 마음을 굳힌다. 이후 박 검사는 호화 술집에서 전략수사 3부장인 한강식(정우성 분)을 처음 만난다. 극중 한 부장은 노태우 정부 시절 범죄와의 전쟁에서 박 검사의 고향인 전남 목포를 박살내고 김영삼 정권에선 하나회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차세대 검사장으로 각광받는 인물이다. 박 검사는 한 부장을 따르면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이른바 상위 1% 검사의 세계에 본격 발을 담그면 잘나가는 검사로 발돋움한다.



영화에서는 전략부가 대권까지 좌지우지하는 검찰 조직처럼 묘사됐지만 이는 현실에 존재하는 조직은 아니다. 하지만 모티브가 된 조직은 있다. 바로 특별수사부(특수부)다.

특수부는 공공수사부(옛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주요 인지수사 부서다. 주로 경찰 선에서 해결하기 힘든 권력형 범죄를 다루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최근에는 각종 적폐 수사와 사법농단 사건을 다루며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거물을 잇따라 구속시켜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문무일 검찰총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등 전·현직 주요 검찰 인사들이 이른바 ‘특수통’으로 통한다. 검찰 내 최고의 요직으로 꼽히는 만큼 특수부 검사는 ‘검찰의 꽃’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검찰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특수부의 화려한 시절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신세를 맞았다. 정부와 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검사의 직접 수사 제한이라는 대원칙에 입각해 검찰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류에 특수부는 문무일 현 검찰총장 취임 이후 자체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직접 수사를 대폭 축소했다. 문 총장은 2017년 7월 취임 직후부터 전국 43개 특별수사 조직을 폐지하고 대신 경찰 송치 사건 등 민생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형사부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1월 초에는 특별수사 처리 절차를 명문화하고 모든 특별수사는 대검찰청 승인 아래 이뤄지도록 규정한 지침을 새로 마련하기도 했다. 특별수사 총량을 검찰총장 차원에서 축소하겠다는 의미다.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발맞춰 검찰도 특수부의 직접 수사권을 내려놓고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설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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