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제64회 현충일을 맞이한 가운데 국립현충원에 60명이 넘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아직 잠들어있어 이들 묘에 대한 강제 이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파 가운데 현충원에 안장된 이는 서울에 37명, 대전에 26명으로 총 63명이다. 이 가운데 김백일을 비롯해 김홍준,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백낙준, 김석범,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 등 11명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설립된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위에서 공식 발표한 친일파 인사다.
이종찬은 한·일 합방에 기여한 공로로 일본 정부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 이하영의 손자로 조선인 출신 일본인 장교 가운데 유일하게 일제로부터 무공훈장인 ‘금치 훈장’을 받은 바 있다. 김홍준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지만 2015년 서울현충원에 뒤늦게 위패가 안치되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친일반민족행위자 규정과 현충원 안장이 별개로 추진된 것이다. 이들은 서울 현충원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장군 1 묘역’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묏자리 인근 ‘장군 3 묘역’까지 다양한 곳에 안치돼 있다.
친일파의 국립묘지 이장에 대한 국회 내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 묘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친일파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고 이미 안장된 자의 묘를 강제로 이장 가능 하도록 국가보훈처장 또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장 요구’ 등의 권한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시 권칠승 의원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은 일제에 협력해 민족에게 해악을 끼친 사람들로 국립묘지에서 배제하는 것이 당연한데 현행법에 근거 규정이 없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박광은 민주당 의원이 또 다른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국립묘지 안장 인물 중 반민족 규명법 제2조에 나열된 20가지 친일행위를 한 자는 묘지 옆에 친일반민족행위 행적을 담은 조형물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거나 강제 이장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은 지금까지 총 5번 발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과된 적은 없다.
일부 의원은 친일파 국립묘지 이장과 관련해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전현충원에 있는 국가유공자 중에서 친일인사 묘지를 이장하라고 한다”며 “자신들 맘에 들지 않으면 어떤 명목이라도 걸어 묘까지 파헤칠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자신의 부모님을 언급하며 “이러다 김진태 밉다고 부모님 묘지도 이장하라고 할 판이다, 이게 나라인가?”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을 비롯한 대전 시민사회 단체는 국립 묘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민족문제연구소 주도로 ‘국립 묘지법 개정 및 반민족, 반민주행위자 묘 이장 촉구 시민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은 이날 대전 현충원 장군 제1 묘역 앞에서 국립 묘지법 개정 등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제1 묘역에 안장된 김창룡 등의 죄악상을 고발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육군 중장이었던 김창룡은 1920년 함경남도 영흥에서 출생하여 1956년 부하 허태영 대령에게 총을 맞아 죽기까지 항일 독립군과 양민을 학살한 민족 반역자로 평가되고 있다. 시민 단체들은 이후 조문기, 곽낙원 등 애국지사의 묘역을 참해하고 헌화할 계획이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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