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제조업계는 지난 몇 년간 애플과 중국 업체 사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1·4분기까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애플에, 성장률은 화웨이에 밀리고 있다. 다만 5세대(5G) 상용화와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이 국내 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삼성전자의 전 세계 점유율은 21%로 전년 동기보다 출하량이 8% 줄어들었다. LG전자(066570)는 같은 기간 출하량이 40%나 축소되면서 점유율도 2%에 머물렀다. 반면 전 세계 2위인 화웨이는 출하량이 1년 만에 50% 급증하며 점유율이 11%에서 17%로 뛰어올랐다. 중국 오포와 비보도 출하량이 각각 10%와 27% 늘었다. 애플은 출하량이 20% 줄어들며 화웨이에 2위 자리를 내줬지만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적게 팔고 많이 남기는’ 전략 덕에 전 세계 스마트폰 수익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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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향후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5G로의 시장 변화가 시작된 상황에서 화웨이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LG전자는 각각 갤럭시 S10 5G와 V50 씽큐(ThinQ)를 미국과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에 더해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노트10 5G 모델을, LG전자는 V50 씽큐 후속 모델을 각각 내놓으며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 등에서 화웨이 제재의 반사이익을 삼성·LG전자가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 1·4분기 화웨이는 유럽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4.9%로 삼성전자(32.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구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앞으로 지원되지 않는다면 하반기부터 화웨이의 점유율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은 (화웨이 대신) 삼성전자와 애플 등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업체를, 동유럽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LG전자의 중저가 모델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가전업계는 부정적 여파가 우려된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따르면 지난해 가전제품 수출액은 약 35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3% 감소했다.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시사한 점도 불안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업체들이 미국 판매용 TV와 냉장고 등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내 경쟁 업체인 월풀·소니·TCL 등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경원·박효정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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