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최근 유로화 보유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 최고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배력은 큰 변동없이 이어졌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확보한 외화보유액 중 지난해 4·4분기 유로의 점유율은 20.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4·4분기의 19.5%보다 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0여년 간 이어온 하향 추세를 돌려놓은 것이다. 달러의 점유율은 61.7%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압도적이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낮추며 지난해 유로화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달러 이용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로는 러시아 등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신흥시장을 위주로 각국 정부의 자국 화폐 보호를 위한 달러 매각 등이 꼽혔다. 러시아의 경우 미국의 일련의 제재들이 나온 뒤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자산들을 매각했다. 덩달아 유로는 러시아가 보유한 주요 외환이 되면서 러시아 외화보유액의 39%를 차지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인권 탄압, 시리아 정부 지지, 북한과의 불법거래, 선거 개입 및 사이버 공격 등을 이유로 제재를 부과해놓고 있다. 중국 또한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서 약 600억 달러를 매각했다. 보고서는 “일부 신흥 금융시장의 격동, 일방적 제재를 비롯한 (미국의) 다자주의에 대한 도전 등을 바라보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세계 각국 정부의 보유 외화로 지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국 위안화는 점유율이 배로 늘어난 2%에 육박했다. 이밖에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달러, 호주달러 등이 각국의 보유 외화로 이용됐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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