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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자라니족’, ‘음주라이딩’…'공포'에 휩싸인 자전거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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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자라니족’, ‘음주라이딩’…'공포'에 휩싸인 자전거 도로

자전거 인구 1,300만 시대. 공용 자전거가 전국적으로 설치되고 동호회 등이 생겨나면서 공원이나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날씨를 만끽하며 운동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는 자전거에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진 탓이죠.

하지만 늘어난 자전거 인구만큼 사고의 위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해마다 자전거 관련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죠. 시민들을 위협하는 자전거의 역설. 2019년 여름, 대한민국 도로에서는 어떤 모습이 펼쳐지고 있을까요?

■ 시민들 위협하는 ‘스텔스 자라니족’, ‘음주라이딩족’

토요일인 8일 저녁, 조깅을 위해 한강공원 반포지구를 찾은 30대 직장인 박진현(33)씨. 산책로를 따라 걷던 그에게 난데없이 자전거 한 대가 다가왔습니다. 깜짝 놀란 박씨는 간발의 차이로 자전거를 피했지만 옆으로 넘어져 부상을 입었습니다. 박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어둠 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려 의아해하던 중 갑자기 자전거가 눈에 보였어요. 어떤 불빛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죠”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전조등이나 빛을 반사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지 않고 자전거를 운행하는 사람들을 두고 ‘스텔스 자라니족’이라고 부릅니다. 레이더도 피할 수 있는 은폐기술을 뜻하는 스텔스와 자전거, 산 곳곳을 ‘천방지축’처럼 돌아다니는 고라니를 합쳐 놓은 신조어죠. 어둠 속에서 불쑥 등장해 시민들을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는 식의 운전을 하는 자전거 운전자들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스텔스 자라니족’, ‘음주라이딩’…'공포'에 휩싸인 자전거 도로

시민들을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전거를 운전하는 ‘음주라이딩족’들입니다. 실제로 한강공원에서는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사 벤치나 잔디밭에서 음주한 후 자전거를 모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틀비틀 운행하거나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닌 곳에서 빠른 속도로 운행하는 경우도 다반사죠. 대한의학회지가 2017년 9월 발표한 연구 자료를 보면 자전거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비율은 12.1%로 나타났습니다. 자전거 운전자 8명 중 1명이 경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음주라이딩은 보편화 돼 있습니다.

'스텔스 자라니족’, ‘음주라이딩’…'공포'에 휩싸인 자전거 도로

반사기구 없는 자전거 운행과 음주운전은 하루 이틀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매년 공원 이용 인구가 증가하는 5~10월만 되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고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죠.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어난 자전거 사고는 평균 1만5,694건에 달했고 해마다 261명이 자전거 사고로 인해 삶을 등졌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칼 빼 든 정부…극적인 효과는 없었다

'스텔스 자라니족’, ‘음주라이딩’…'공포'에 휩싸인 자전거 도로

정부는 자전거 사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9월 28일부터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올 6월 25일부터는 0.03%)의 술에 취한 상태로 자전거를 운전하다 적발되면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고 음주측정에 불응할 경우 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이죠.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규정돼 차량 운전자와 같은 교통법규를 지켜야 합니다. 음주한 후 운행을 하다 사고를 내 사람이 다칠 경우 차 사고와 같이 취급받죠.

또한 자전거 안전 수칙 5가지(△음주운전 금지 △안전모 착용 △안전장치 장착 △안전속도 지키기 △휴대전화나 이어폰 사용 금지)를 제시하고 도로교통법상에 야간 운행 시 전조등과 후미등, 반사 장치 등의 장착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전거 법규 위반에 대한 단속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요?

경찰은 지난해 9월 28일부터 새로 바뀐 도로교통법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일반도로뿐만 아니라 한강 변 등 자전거도로에서 단속을 시행했습니다. 경찰은 일부 자전거동호회의 음주라이딩 등이 문제가 됐던 만큼 자전거동호회에서 자주 술을 마시는 편의점이나 식당, 그리고 주변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자전거 운전자나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에 한정해서 단속이 진행됐죠.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단속이 처음으로 시작된 세 달간 서울 지역에서 단속된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총 52건이었습니다. 단속 이후 올 4월까지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인해 23건의 사고가 나고 27명이 다쳤습니다

단속이 시작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현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입니다. 한강공원 편의점 근처에는 여전히 자전거를 세워둔 채 술을 마시는 중년의 남성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야간에는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자전거가 보행자들 사이를 위협하듯 지나가고 있죠.

■ 처벌 기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의식 변화’가 먼저

'스텔스 자라니족’, ‘음주라이딩’…'공포'에 휩싸인 자전거 도로

이 때문에 자전거 사고 예방을 위해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영국과 독일에서는 자전거 음주 운전 적발 시 각각 2,500파운드(한화 약 375만원) 이하의 벌금과 1,500유로(한화 약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이나 10만엔(약 109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죠. 뉴질랜드 등 몇몇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에 없는 자전거 안전 장구 착용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처벌 기준의 강화보다는 ‘자전거도 차’라는 문화가 일단 보편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돼 자전거 운전자는 차량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기본적인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전거가 인도에서 버젓이 질주하는 등 자전거를 차량으로 보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이에 대해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은 “자전거가 ‘차’라는 문화가 없다 보니 음주운전이나 안전 장구 착용 없이 다니더라도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 못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어떤 제도나 정책 도입에 앞서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전거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입니다. 이미 수백만명의 동호회원들을 보유한 국민 취미이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의 자전거 운행 안전 의식은 자전거 인구 증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는 일정 보호 장구 외에 운전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장치가 없습니다. 그만큼 안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죠. ‘스텔스 자라니족’, ‘음주라이딩족’이 사라진 자전거 도로의 모습, 곧 만나볼 수 있을까요?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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