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사진) 민주노총 위원장이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현 정부 들어 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김선일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주 우려 등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약 두 달 동안 경찰의 소환 통보에 두 차례 불응한 것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3월27일과 4월 2~3일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를 개최하고 조합원들의 국회 경내 난입과 경찰관 폭행 등의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국회 경내 무단진입 사실은 인정했으나 폭력을 주도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경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 당시 민주노총 측은 “현직 위원장이 자신과 상관없는 혐의로 조사받을 이유가 없다”고 당당히 밝혔지만 이 행위가 결국 또 조사에 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도주 우려가 인정되도록 한 부메랑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 중 다섯 번째로 구속됐다. 앞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사례는 권영길 초대 위원장(1995년), 단병호 위원장(2001년), 이석행 위원장(2009년), 한상균 위원장(2015년) 등 네 번 있었다. 네 명 모두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노총을 가둔 노동존중 세상은 없다”며 “더 이상 촛불 정부가 아닌 노동탄압 정부를 상대로 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손구민·최성욱기자 kmsohn@sedaily.com
폭력에 선그은 법원...노정관계 더 꼬이나
역대 다섯번째 구속 결정에
주말 비상 중앙집행위 소집
내달 총파업 대정부 투쟁 예고
추가적으로 경찰과 충돌 우려
최저임금 결정도 차질 빚을듯
법원이 21일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구속이라는 강수를 놓았다. 친노동을 표방해온 현 정부의 출범 이후 노동계 집회는 우후죽순 터졌지만 민주노총은 특히 곳곳에서 폭력집회를 이어왔다. 따라서 이날 김 위원장의 구속은 민주노총으로서는 상당한 충격이고 폭력집회는 안 된다는 법원의 경고장이다. 그동안 ‘친노동’ 정부와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해온 민주노총이 등을 돌릴 경우 노정관계 악화는 물론이고 노동계 ‘하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강경투쟁”…노-정관계도 악화 불가피=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당장 다음달 3일부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시작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경찰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이미 경찰이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부터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모든 단위의 집회에 정부를 규탄하는 기조를 포함하기로 했다. 또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 주말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하고 전 조직적 규탄 투쟁 방안을 확정해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한창 심의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의 결정 과정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는 계속 참여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으로 대정부 투쟁이 강해지면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지난 19일 회의 당시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노동계 대표들이 강한 유감을 표명했듯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적어도 의사 표시 정도는 하고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가뜩이나 헛바퀴만 돌고 있는 사회적 대화도 문제다. 김 위원장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컸음에도 결국 실패한 민주노총이다. 이번 일로 투쟁론이 더 힘을 받으면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이야기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불법집회 7건 모두 민주노총이 주도=이날 김 위원장을 구속으로 내몰고 간 것은 그동안 민주노총이 주요 집회에서 보여준 폭력성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1~5월) 발생한 불법·폭력집회는 총 7건으로 모두 민주노총이 주도한 집회인 것으로 확인됐다.‘5·18 망언 규탄 기자회견(2월27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상경투쟁(3월8일)’ ‘국회 앞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3월27일·4월7일)’ 등이 대표적인 예다. 불법·폭력집회는 쇠파이프·각목·시설피습·도로점거 등의 행위로 경찰이 부상당하거나 장비가 손상된 주요 집회 현장이 기준이다.
민주노총이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만큼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폭력집회 발생 건수는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폭력집회는 2013년 45건을 기록한 후 지난해 12건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왔지만 올해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집회대응 ‘유연’…병원신세 지는 경찰 늘어=폭력집회가 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단속되는 인원은 오히려 줄고 있다. 올해(1~5월) 들어 경찰에 신고된 노동계 집회는 총 1만6,580건으로 전체 집회(3만4,275건)의 48.3%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된 인원은 총 173명으로 지난해(429명)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러는 사이 올해 5월까지 집회시위 현장 등에서 부상당한 경찰관은 총 55명으로 전년도(84명)와 비교하면 이미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이를 두고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집회시위 대응 방침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경찰은 현 정부 들어 차벽·살수차·채증 금지 등 집회 대응을 ‘강경’에서 ‘유연’으로 전환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평화적인 집회시위에 대한 대응을 전제로 과도한 공권력 행사는 불필요하다”면서도 “평화적인 집회시위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일관적이고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욱·박준호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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