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엄마가 빨대만큼은 일회용품을 쓰는 걸 딸이 이상하게 여겼어요. ‘세척이 잘 안 돼 일회용품을 쓰는 거야’라고 했더니 아이가 ‘그럼 반으로 잘라서 쓴 다음에 다시 붙이면 되잖아’라고 말했는데 그 순간 뭔가가 번뜩 머리에 떠올랐죠.”
스테인리스 빨대 브랜드 ‘포어스(For Earth For Us)’의 하나연(사진) 대표는 26일 경기 고양시에서 본지와 만나 “빨대를 씻은 뒤 사용하는 데 거부감이 있는 것은 빨대 안이 얼마나 깨끗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빨대를 반으로 갈라 씻을 수 있다면 위생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 대표가 스테인리스 빨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이 난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방송 때문이었다. 임신을 원했던 하 대표는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집안에서 플라스틱 식기와 주방용품을 없앴다.
그가 개발한 스테인리스 빨대는 표면장력 원리를 적용해 두 쪽으로 간편하게 분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로 별도의 세척솔 없이 세척이 가능하다. 하 대표는 “반을 가르는 빨대라는 아이디어는 딸이 제공했고 표면장력 원리를 이용하자는 생각은 남편이 했다”며 “온 가족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제품”이라고 웃어 보였다. 하 대표는 이 빨대로 한국여성발명협회 주관으로 열린 ‘2019 여성발명왕 EXPO’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제품의 디자인은 마쳤지만 실제 출시까지 갈 길은 멀었다. 우선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제품이라 샘플을 만들 만한 공장을 찾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 대표는 “전혀 새로운 제품이었기 때문인지 많은 공장에서 제대로 제품을 구현하지 못해 샘플 제품을 제작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렸다”며 “강하게 힘을 줘야만 음료가 빨린다든가 길이를 짧게 줄여야만 가능한 제품 등 불량품들이 많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물어물어 찾아간 한 업체가 원하는 품질의 샘플을 만드는 데 성공해 한시름을 놓았다.
생산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크라우드펀딩사인 텀블벅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 300%가 넘는 목표 달성률을 기록했지만 제품마다 품질이 들쭉날쭉하자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약한 공장이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으면서 현재까지도 판매와 환불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이 정도로 어려울 줄은 몰랐다”면서도 “일부 고객들은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 제품을 받겠다고 하신 만큼 좋은 제품으로 반드시 이 믿음에 보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 해외 진출의 꿈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전면 금지된 유럽 몇몇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의 경우 커피보다 칵테일에 사용할 만한 빨대 대체재를 찾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며 “최근에는 벨기에의 한 업체가 샘플을 구매해갔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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