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문턱까지 갔던 미국과 이란의 갈등 양상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말살(obliteration)’이라는 단어를 연거푸 써가며 경고를 보내자 이란도 지지 않고 정면 대응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축소 계획으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미국의 어떠한 것에 대한 이란의 어떠한 공격도 엄청나고 압도적인 힘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압도적이라는 말은 말살을 의미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전날 미국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에게 내린 경제제재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백악관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거세게 비난한 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 이어 ‘말살’이라는 단어를 또다시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대(對)이란 전쟁이 발발한다면 출구전략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전면적 군사충돌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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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역시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이란 영공이나 영해를 다시 한번 침범한다면 이란 군 병력은 그들에 대한 정면대응의 의무를 갖게 된다”며 ‘결정적인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란은 앞서 예고한 핵합의 이행 2단계 축소를 재확인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 정부가 시한으로 제시한 60일이 끝나는 다음달 6일까지 유럽이 여전히 핵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이튿날인 7일부터 핵합의 이행 수준을 지금보다 더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달 8일부터 1단계 대응 조처로 저농축(3.67%)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달 27일에는 우라늄 저장 한도(30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핵합의 이행 범위를 더 축소하는 2단계 조처는 농축우라늄 농도 한계(3.67%)를 더 높이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이 우라늄 저장 한도를 넘길 경우 군사 옵션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이란 측은 “B팀(볼턴 보좌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이 미국을 협상장에서 끌어내 전쟁을 꾸미고 있다”며 거센 비난으로 맞섰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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