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열리는 손베리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대표적인 버디 사냥터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첫 대회 캐서린 커크(미국)의 우승 스코어가 22언더파 266타였고 지난해에는 김세영(26·미래에셋)이 무려 31언더파 257타라는 투어 역대 최소타 신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최소 20언더파는 돼야 우승 경쟁에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 대회는 4일 밤(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크리크 골프장(파72·6,624야드)에서 개막해 나흘간 펼쳐진다. 출전자 중 눈에 띄는 ‘버디의 명수’는 대부분 한국 선수들이다. 1일 끝난 아칸소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에 다시 오른 박성현(26·솔레어)은 이번 시즌 라운드당 평균 4.46개를 잡아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4.04개의 디펜딩챔피언 김세영, 4.02개인 US 여자오픈 우승자 이정은(23·대방건설)도 출전한다. 9명의 평균 버디 4개 이상 기록자 가운데 3명뿐인 외국 선수 넬리 코다(미국), 호주교포 이민지,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선수들 간의 치열한 버디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박성현은 달아오른 ‘버디포’를 앞세워 2연승을 노린다. 3월까지 우승과 준우승 한 차례씩을 거둔 후 부진을 겪었던 박성현은 2주 전 메이저대회 여자 PGA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직전 대회 우승(통산 7승)으로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다. 아칸소 챔피언십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끝내기 버디로 시즌 2승째를 거두며 13주 만에 세계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아칸소에서 안정된 샷을 날린 그는 특히 그린 플레이가 돋보였다. 한동안 퍼트 부진에 발목을 잡혔던 그는 사흘 동안 3퍼트 한 번도 없이 평균 퍼트 수 28.67개를 적었다. 보기는 4개로 막고 이글 1개와 버디 20개를 쓸어담은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이틀간 1오버파를 치며 컷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여자 PGA챔피언십 우승 직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대회 이후 2개 대회를 건너뛰고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 대비할 예정인 만큼 자신감 충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김세영은 지난해 이곳에서 LPGA 투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강렬한 추억이 있다.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30언더파 고지를 넘어서며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종전 72홀 최소타 기록(27언더파)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 5월 메디힐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로는 여자 PGA챔피언십 2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지만 손베리크리크 골프장은 김세영이 버디 사냥 본능을 다시 일깨우기에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통산 8승 이상의 현역 선수 17명 중 유일하게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는 김세영으로서는 에비앙챔피언십에 맞춰 예열도 서둘러야 한다.
상금랭킹 1위 이정은은 한 주 휴식으로 체력을 비축했다. 대다수 코스를 처음 경험하는 신인임에도 이정은은 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골프로 만만찮은 버디 생산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상금 2위,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를 달리는 세계 2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불참하는 가운데 아칸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김효주(24·롯데), 양희영, 허미정, 지은희 등도 도전장을 냈다. 한국 군단은 이번 시즌 열여덟 번째인 이번 대회에서 9승 합작을 노린다. 2017년 우승자 커크,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하타오카 나사(일본), 펑산산(중국) 등이 경계 대상이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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