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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정부…JY '민간 메신저' 빛 발할까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재용 부회장 긴급 일본 출장

재계인맥 총동원 해결책 모색

한일갈등 중재자 역할에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회동을 위해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7일 오후6시4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급하게 일본 출장을 떠났다. 최근 일본 정부가 강행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의 방침이 전해진 후 실무자들이 백방으로 소재 확보에 나섰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일본 정부가 사태 해결보다는 갈등을 키우는 모습을 나타내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본 출장에서 현지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사태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일 양국 정부가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해낼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일본 방문에서 반도체 3대 소재인 불화수소(에칭가스)·리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 제조업체와 관련기업에 영향력이 있는 현지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 부회장은 그간 쌓은 일본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사태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아 일본어에 능통한데다 일본 재계의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1월 게이오대 지도교수였던 야나기하라 가즈오 교수가 별세했을 때는 직접 빈소를 찾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와세다대 유학 경험이 있는 지일파다. 이 부회장은 부친의 일본 인맥을 흡수한데다 본인 역시 일본 재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폭넓은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근 부쩍 일본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일본 업체들과의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두 차례 일본을 다녀왔으며 올 5월에도 도쿄를 찾아 일본 양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KDDI 경영진을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일본 네트워크는 현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5월 이 부회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닛케이비즈니스는 ‘이 부회장의 방일로 보는 삼성의 본심’이라는 기사를 통해 삼성이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와 전망을 분석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삼성 간부가 ‘앞으로도 수개월에 한 번 정도 방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애초 이번 사태가 한일 정부의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그간 삼성전자는 자사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자제해왔다. 실제로 삼성전자 측에서는 이번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을 정도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달 말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이 전해진 후 이달 1일 곧바로 구매팀을 일본과 대만에 급파해 관련 물량 확보에 나섰다. 또 이 부회장은 최근 수원 본사에서 김기남 부회장을 포함한 반도체 부문 경영진과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4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회장과도 이와 관련해 얘기를 나눈 바 있다. 실제 손 회장은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이 끝난 후 “(일본의 제재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일 정부 간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확산되는 양상인데다 뚜렷한 해법마저 보이지 않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을 통해 일본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김 부회장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얘기를 나눈 만큼 정부의 메시지가 이 부회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고객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3개월치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제재로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지금 당장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이 부회장이 힘을 싣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에 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정한 포토리지스트의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핵심인 극자외선노광장치(EUV)의 필수 소재다. 삼성전자는 EUV를 앞세워 업계 1위인 TSMC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주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포토리지스트의 90%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아예 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을 주문맞춤형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특히나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생산차질로 고객의 신뢰도가 깨질 경우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에서 1등을 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계획도 흔들릴 수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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