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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간다] 척추장애 소녀 일으킨 로봇슈트…"일상복처럼 입고 걷죠"

■ 엔젤로보틱스, 웨어러블로봇 '엔젤슈트'

오작동 잦은 근전도센서 방식대신

족저압센서·구동부 메커니즘 도입

미려하고 최대한 슬림하게 제작

외모에 민감한 착용자 부담 줄여

모듈형 개발로 맞춤형 양산 실현

무게 5㎏ 미만 초경량화 추진도

[로봇이 간다: 하지장애보조 로봇] 허리부터 다리까지 쉽게 착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웨어러블로봇 ‘엔젤슈트’. /이호재기자




척추질환으로 하지장애가 있는 박채이양이 웨어러블로봇 ‘엔젤슈트’를 입고 걷고 있다. /사진제공=엔젤로보틱스


지난 3월 말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한 대형리조트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세계 유일의 ‘입는 로봇(웨어러블로봇)’ 학술대회인 웨어라콘(WearRAcon)에서 선천적 척추기형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어온 11세 한국인 소녀 박채이양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스스로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학회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다. 박양은 허리와 다리에 얇은 외골격 형태의 로봇을 입고 있었다. 한국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의 엔젤슈트다.

엔젤로보틱스는 LG전자가 로봇 분야에 최초로 투자한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이다. 공경철 KAIST 교수가 서강대에 재직하던 2017년에 설립했다. 주로 걷기 힘든 노인이나 하반신 장애인을 위한 입는 로봇을 개발해왔다. 의료기기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심사를 받고 있는 로봇 ‘엔젤렉스’와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선수 출전용인 ‘워크온’이 기존 간판 제품이었다. 여기에 더해 내놓은 새 로봇이 엔젤슈트다. 병원에서만 쓸 수 있는 의료기기와 달리 개인이 구매해 쓸 수 있는 보조기기다. 그런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도 하지장애인이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엔젤로보틱스는 7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마포구 신수동 본사에서 엔젤슈트 개발현장을 공개했다. 워크온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지만 엔젤슈트가 국내 언론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젤슈트는 기존 웨어러블로봇들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 박양처럼 초등학생 연령대의 어린아이도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도록 초경량화를 지향한다고 공경철 대표는 소개했다. 신성원 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경량화한 웨어러블로봇들조차도 대개 10~12㎏ 정도이지만 현재 저희는 8㎏ 미만으로 경량화했다”며 “앞으로 보다 가벼운 소재 등을 사용해 단계적으로 5㎏ 미만까지 무게를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경철(왼쪽 두번째) 엔젤로보틱스 대표와 연구진이 서울 신수동 본사에서 하지장애인의 직립보행을 돕는 웨어러블로봇 ‘엔젤슈트’를 정비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엔젤슈트는 배낭처럼 생긴 제어부, 다리 외골격 형태의 하반신부로 구성됐다. 여기에 더해 등산지팡이처럼 손에 쥘 수 있는 경량스틱이 더해져 자칫 보행 중 넘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기존의 웨어러블로봇들이 대부분 투박한 기계장비의 느낌이었다면 엔젤슈트는 미려하고 최대한 슬림하게 디자인됐다. 또 엔젤슈트 착용시 함께 입을 수 있는 청바지도 제작됐다. 착용자가 주위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일상복의 패션상품처럼 입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웨어러블이 지나치게 기계로봇 같은 모습으로 제작되면 특히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의 경우 창피해서 외출하기를 꺼릴 수 있다”며 “저희는 이런 심리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착용자가 ‘에지(edge·개성적인 멋) 있는 패션’이라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색상과 형태를 다듬었다”고 말했다.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하지장애인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 ‘엔젤슈트’의 모습/사진제공=엔젤로보틱스


전 세계 웨어러블로봇 개발자들이 핵심 화두로 삼는 난제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착용자가 뻣뻣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돕느냐다. 입는 사람이 신체 어느 부위를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힘을 주어 움직일지에 관한 의도를 즉시 파악해 적절한 속도와 힘을 정밀하게 보조해주는 게 핵심이다. 일본 사이버다인사의 로봇 ‘할(HAL)’의 경우 피부에 붙이는 근전도센서를 사용했다. 착용자의 신체 중 4~12군데에 감지장치를 부착해 근육의 전기적 신호를 읽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오작동의 가능성이 많다. 센서를 몸의 어디 붙이느냐에 따라 전기신호가 다르고 땀이 닿으면 감지능력이 저하되는 탓이다.

지난 3월 박채이(왼쪽)양이 웨어러블로봇 ‘엔젤슈트’를 착용하고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리조트 주변 사막 위를 걷고 있다. /사진제공=엔젤로보틱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젤로보틱스는 근전도센서 방식을 버리고 혁신적인 방식을 택했다. 우선 힘의 정밀제어는 구동부의 기계구조를 독창적으로 설계해 이뤄냈다. 로봇 착용자가 걷거나 설 때 관련된 신체 부위에서 어느 정도 힘이 부족한지를 기계적으로 감응해 구동기 내부에 부착된 스프링이 정밀하게 힘을 제어하고 모자란 힘을 보조해주는 메커니즘이다. 착용자가 움직이려는 힘의 방향은 발바닥의 압력으로 측정한다. 신발 깔창형태로 제작한 족저압센서 덕분이다. 그 결과 사람이 로봇에 힘과 동작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사람에게 맞춰 돕는 기술이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착용자가 힘을 제로(0) 수준으로 전혀 주지 않으면 기존의 웨어러블로봇들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움직이지 않지만, 엔젤슈트는 여기에도 자연스럽게 반응해 흐느적거릴 정도로 착용감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일명 ‘무저항 정밀구동 기술’이다.

웨어러블로봇의 또 다른 난점은 입는 사람마다 체형과 장애특성이 달라 맞춤 제작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이를 모듈형 양산 제조방식으로 극복했다. 백팩처럼 생긴 제어기와 구동기 등 주요 핵심부품 모듈들은 미리 제작해놓고 생산주문이 들어오면 수요자별 체형이 다른 부분만 후속으로 제조한 뒤 모듈들을 한 벌의 로봇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대당 며칠에서 몇 주씩 걸리던 제작 작업이 현재 수 시간 정도로 단축됐다고 공 대표는 소개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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