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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INSIDE] 이메일 한 통으로 허망하게 끝난 넥슨 딜

넥슨 창업자 김정주 대표




‘넥슨 매각 무산’,‘김정주 매각 철회’

매각 철회 관련 소식이 폭포처럼 쏟아지는데도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자들은 쉽게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다고 한다. 김정주 NXC 대표의 넥슨 경영권을 매각하는 이번 딜은 진행 과정에서 당시 수차례 ‘무산설’에 휘말렸던 터였다. 굳은 살이 붙은 후보자들은 철회 여부를 두고 이번에도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었다. 금융권에서도 김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바빴다.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될 수 도 있었다. 적게는 10조원, 많게는 20조원까지 거론되는 초대형 딜이었다. 자금 주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끈기있게 김 대표의 입만 바라봐야 했다.

‘설(說)’이 아니었다. 김정주 NXC 대표가 공개 매각에 참여한 후보자들에게 마침내 공식적으로 철회 의사를 통보한 것이다. 최근 김정주 NXC 대표는 최근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를 통해 넥슨 본입찰에 참가한 후보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서면으로 입장을 전달했다. 넷마블과 카카오와 MBK파트너스 등 이번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의 대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메일에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는 건조한 내용이 담겼다. 매각을 철회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5개월간 게임업계를 흔들었던 이번 매각은 김 회장 측의 이메일 한 통으로 다소 허무하게 종결됐다. 넥슨 측은 지난 2월 예비입찰을 시작해 3월 후보자를 압축했지만 5월 본입찰 기간을 연장했다. 흥행에 실패하는 듯했지만 가까스로 본입찰을 순차적으로 진행했고 우협 대상자 발표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김 대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가 후보를 추려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생각한 지분가치와 시장에서 바라본 가치의 괴리는 컸다.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에 대해 15조원 수준으로 평가한 반면 후보자 대부분이 이에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했다.

해외 유력 전략적 투자자(SI)가 불참했다는 점도 뼈아팠다. 디즈니와 아마존, 텐센트 등 다국적 기업의 참여를 기대했지만 모두 고사했다. 김 대표는 기존 게임을 운영하고 신규 게임 개발·유통 등 게임사 경영이 가능한 SI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SI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카카오와 넥슨은 투자확약서(LOC)도 확보하지 않았던 터였다. 일찌감치 투자확약서(LOC)를 확보해 러브콜을 보낸 재무적투자자(FI)는 김 대표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김 대표가 직접 철회 의사를 밝힌 만큼 당분간은 공개적으로 넥슨 매각을 진행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신 넥슨의 성장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캐시카우로 만들어 낸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가 있지만 이로서는 불충분하다는 시장의 삐딱한 시각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추가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신작이 절실한 만큼 공격적인 M&A로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1일 넥슨은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스튜디오 지분 1,100억원어치를 추가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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