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악재가 이어지면서 올들어 상위 20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약 12조원 증발했다. 시총 상위권에 포진한 코스닥 3대 축인 바이오·미디어·엔터주 대부분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닥 시장에서 등 돌린다면 탈출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코스닥 상위 20개 종목 시총 합계는 55조 803억원에서 지난 5일 종가 기준 42조 8,132억원으로 12조원(22.27%) 가량 급감했다. 20개 중 시총이 증가한 종목은 휴젤(145020)(8.44%), SK머티리얼즈(036490)(1.52%), 에스에프에이(056190)(17.05%), 고영(098460)(5.94%) 4개뿐이다. 특히 이들 종목들은 개인 매수가 집중된 기업으로, 코스닥지수가 같은 기간 4.26%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바이오주의 주가 급락에 따른 시총 감소가 두드러졌다. 코오롱의 ‘인보사 사태’로 5월 28일 매매거래가 정지된 코오롱티슈진(950160)은 무려 81.4%나 시총이 사라졌다. 지난해 말 4만 3,150원이었던 주가는 거래 정지 전 8,010원으로 폭락했다. 다음으로 에이치엘비(028300)가 53.3%, 신라젠(215600) 31.97%, 헬릭스미스(084990) 26.57% 각각 줄었다. 그 결과 시총 상위 10위권에서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를 비롯해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메디톡스(086900), 셀트리온제약(068760)이 5월 이후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수사, 인보사 사태, 신약 임상 실패 등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바이오와 함께 코스닥 주축인 미디어·엔터주 부진도 뚜렷하다. 미디어 대장주 CJ ENM(035760)과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은 500억 이상을 쏟아부은 대작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흥행 실패로 최근 주가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엔터주 역시 ‘버닝썬 사태’와 마약 스캔들의 여파로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가 38.8% 감소했고 에스엠(041510)은 22.65%, JYP Ent.(035900)는 20.35%씩 시총을 날려버렸다.
이런 대장주의 부진 속에서 5월 말 이후 코스피는 3.37%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0.33% 하락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증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진 가운데 코스닥 시장의 부진이 유독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코스닥 시장이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바이오주 반등, 대어급 유망주의 상장 등이 꼽힌다. 김학균 신영증권(001720)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주는 고령화 추세에 고성장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관심은 높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변동성이 크다”며 “최근 가라않은 분위기가 바뀌려면 임상 성공 사례가 나오거나 SK바이오팜 같은 대형 유망주가 시장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시장에 비해 확고하지 못한 투자자 기반이 보강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연기금 등 주요 기관이 벤치마크 지수로 코스피200 외에도 코스닥 주요 종목이 편입된 KRX300이나 코스닥 150을 활용하면 패시브자금이 유입돼 코스닥시장의 버팀목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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