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여는 수요일] 꽃씨와 도둑





-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참 부지런한 도둑일세. 한 계절 먼저 정탐을 나왔구먼. 참 주도면밀한 도둑일세. 당장 훔칠 물건이 아니라 가을에 가져갈 물건까지 점찍어 두다니. 참 어리석은 겉보기 도둑일세. 삐걱 책장을 밀면 온갖 골동품과 고서화 즐비한 수장고가 있을 줄도 모르다니. 참 딱한 도둑일세. 책을 훔친 도둑은 세상을 경영하고, 꽃씨 훔친 도둑은 풀이나 뽑게 된다는 걸 왜 모르나. 참 낭만적인 도둑일세. 꽃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 없다 했는데 애당초 도둑 될 위인이 아닐세. 가을에 꽃씨 따서 울타리에 걸어놓으시게. 그런데 꽃도 책도 다 좋아하던 저 양반, 달은 휘영청 밝은데 꽃도 책도 다 놓아두고 어디로 가셨나. <시인 반칠환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