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전면 폐기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에 동의하면 12~18개월간 석탄과 섬유 수출 제재를 유예하는 사실상의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방안이 효과적일 경우 다른 시설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종전선언과 비슷한 평화선언과 북한 연락사무소 설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과 섬유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이어서 수출제재 유예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미국 백악관의 대북 소식통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모든 건물이 폐쇄되고 모든 작업이 중단되는 것을, 핵 프로그램 동결은 핵분열성 물질과 탄두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소식통은 “이런 조치를 통해 만약 진척이 있을 경우 제재 유예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조치가 미국과 북한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해주며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더욱 진전시키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핵 동결과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검증과 사찰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며 이는 매우 까다로울 수 있다”며 “합의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제재는 ‘스냅백(위반행위 시 제재 복원)’ 형식으로 이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구상은 북한의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스냅백 조항은 제재 완화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한 장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북 정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할 수 있다.
미국은 사실상의 종전선언인 평화선언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조약의 형태가 아니고 북미가 더는 무력분쟁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사실상 한국전쟁의 종식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도 검토 방안의 하나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내 한국전 미군 전사자에 대한 유해발굴 사업을 조율하는 사무소 설치도 고려 대상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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