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확산되는 '고 백'…美대선, 트럼프 '큰그림'대로 가나

트럼프 민주 의원 4명 비난 후

SNS·신문 등 피해 사례 공유

공화 유권자 대통령 지지율↑

언론 "트럼프, 대선 승리 위해

강한 백인 정체성 자극 전략"

'유색인=反美·민주=사회주의'

프레임 굳히려는 의도로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인종차별’ 논란이 미 전역을 휩쓸고 있다. 정치권을 넘어 일반시민들도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을 고백하는 이른바 ‘고 백(go back)’ 경험담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지핀 인종 이슈가 미국 내 ‘백인 정체성’을 자극하려는 계산된 정치적 전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지난 2016년 대선 때 효과를 본 이 전략을 다시 앞세워 내년 대선까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려 한다는 분석과 함께 민주당을 겨냥한 ‘반미’ ‘공산주의자’ 프레임 씌우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6일(현지시간) CBS뉴스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의원 4명에게 던진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트윗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유사한 인종차별을 경험했다는 고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트렉’에 출연한 일본계 미국 배우 조지 타케이는 “많은 소수자가 살면서 여러 번 듣는 말 중 하나가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라고 트위터에 남겼으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법무차관을 지낸 인도계 미국인 닐 카트얄도 트위터에서 “세 살 때부터 ‘너희 나라로 가라’는 말을 들었으며 오늘날까지 거의 매일 그 말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고 백(돌아가라)’ 당했다”는 토로는 일반시민들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파문 이후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들은 경험담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4,800여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한 후 단 이틀간 CNN과 MSNBC에서만도 1,100번 이상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등 이번 이슈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민주당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인 일한 오마르에 관한 트윗 인쇄물을 들고 발언하는 모습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 DC=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인종차별 논란이 미 전역을 휩쓰는 데 대해 미국 정치전문가들과 언론들은 2020 대선에 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전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지적했다. 유색인종에게 미국의 백인 주류사회에 대비되는 ‘반(反)미국’ 프레임을, 유색인종에게 우호적인 민주당 정책에는 ‘사회주의’ 프레임을 각각 씌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백인과 트럼프의 핵심지지층인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미 하원에서 통과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공화당은 4명을 제외한 187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며 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공화당 지지층의 트럼프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등 공화당 지지층이 파문 이후 더욱 결집하는 모습도 확인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유권자들의 순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72%를 기록했다.

CNN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을 두고 비평가들은 그가 다양한 이민자 덕분에 국가가 더 강해진다는 미국의 ‘멜팅폿’ 이념을 모른다고 지적하지만 트럼프는 누구보다도 더 미국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으로 대표되는 포용 개념과 함께 노예제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수용소에 수용했던 개념이 오랫동안 공존해온 나라”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백인층의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미국의 치부를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더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대통령과 공화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어느 때보다 ‘백인 정체성’ 정치를 펼칠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휘말려 민주당은 대선 선거 이슈인 교육·기후·건강보험 등의 의제 전달에 혼란을 겪고 있다. 백인층 정서에 맞서면 ‘반유대’ ‘반미’주의자로 매도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CNN은 “지난 대선에서 효과를 봤기 때문에 트럼프의 양극화 전략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극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