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25일 조국 민정수석을 교체할 예정인 가운데 후임 민정수석으로 유력한 김조원 KAI 사장에게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정기관을 총괄하며 인사검증 권한까지 쥔 막중한 자리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조 수석은 여기에 더해 주요 정치적 대립상황에서 청와대의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조 수석이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민정수석을 교체함으로써 조 수석의 ‘셀프 검증’ 논란을 피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민정수석으로 유력한 김 사장은 문 대통령의 ‘등산 친구’를 자처할 정도로 막역한 측근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이 이 정부 출범과 함께 영입된 인사라면 김 사장은 원조 친문에 가깝다. 그는 이 정부 들어 금감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등 주요 인사 때마다 주목을 받아왔다. 금감원장 후보로 급부상하던 당시 금감원 노조가 매우 이례적으로 ‘환영 성명’까지 낸 것을 보면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가늠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2005~2006년)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며 문 대통령(당시 민정수석)과 함께 근무했고 2015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맡았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감사원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2008년 사무총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고위관료 출신답게 신중하고 꼼꼼한 성품을 갖췄고 자기관리에도 철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 태생인 김 사장은 감사원 퇴직 이후 경남과학기술대 총장을 맡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과도 가까운 곳이다. 김 사장은 총장 재임 당시 문 대통령과 함께 등산을 다니는 등 친분을 쌓았고 부부간에도 왕래가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 사장은 둘 다 등산을 좋아해 산에서 함께 비박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청와대 내 핵심실세로 꼽히는 윤건영 국정상황실장과도 인연이 깊다. 윤 실장이 경남과기대 초빙교수로 갔을 때 총장이 바로 김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지난 대선 기간에도 캠프에 몸담아 문 대통령의 측근들과 두루 소통했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금감원장으로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돌았으나 막판에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발탁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김 사장이 금감원장에 오르지 못한 것은 최 전 원장을 강력히 추천했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입김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사장은 이후 KAI 사장으로 취임했고 사장 재임 기간에 ‘방산비리’로 흔들리던 KAI 내부를 비교적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교수 출신이었던 조 수석과 다른 이력을 갖춘 만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이 문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 역할까지 자처했던 것과 달리 감사원 관료 출신인 김 사장은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내부 통제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사장은 KAI 사장 시절에도 감사원 출신답게 인사제도나 준법 규정 등을 자세히 했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내부 단속에 공을 들였다.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에 납품하는 만큼 KAI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외부전문가와 직원들이 함께하는 경영혁신위원회도 출범시켜 KAI 개혁에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한편 민정수석과 함께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해온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역시 이번 청와대 인사에서 함께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형 일자리’를 탄생시킨 정 수석은 관악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며 후임으로 황덕순 일자리기획비서관과 외부 인사가 복수 후보로 검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시민사회의 가교 역할을 맡는 이 수석 후임으로는 박순성 동국대 교수가 거론된다.
청와대는 아울러 다음달 초 9~10명의 중폭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공석인 공정위원장과 더불어 이미 사의를 표명한 금융위원장·방송통신위원장과 총선에 출마할 장관들이 주요 개각 대상이다. 다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조윤제 주미대사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후임으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홍우·박한신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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