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내 사라진 일자리 수가 200만 개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왓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정부에 추가 부양책 마련을 촉구했다. CIC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광업·전력 등 산업 부문에서 사라진 일자리 수는 500만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무역전쟁으로 사라진 일자리는 180만~190만 개에 이른다. 특히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은 컴퓨터·통신장비·전자·기계·고무·플라스틱 등 산업의 경우 피해가 커 이들 업종에서만 최소 1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CICC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 중국 제조업의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고용 안정을 위해 더욱더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 시행과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중국 내 수출 제조업체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경쟁력을 잃어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실정이다. 또 소니 모바일이 지난 3월 베이징 공장을 폐쇄하는 등 다국적기업들도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부과와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못 이겨 중국 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아울러 CICC 보고서는 앞서 무역전쟁으로 7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분석한 교통은행 보고서나 120만 개 일자리를 잃었다고 본 하이퉁증권 보고서보다 무역전쟁의 피해 규모를 훨씬 크게 잡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더구나 CICC 보고서는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일각에서는 이를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25인의 정치국 회의를 주관하면서 무역전쟁 대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수가 감소해도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 창출에 힘입어 전체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교통은행의 리우 쉐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서비스 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보다 커졌다”면서 “전체 실업률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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