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었던 급성백혈병 환자의 완치율(완전관해율)을 80%로 끌어올려 기적의 항암제로도 꼽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대량생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해 면역을 더 강화하도록 유전자 조작 과정을 거친 뒤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개인맞춤형’ 형태라 1회 투여에 5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T세포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T세포를 활용한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기업 셀렉티스와 알로젠 테라퓨틱스가 함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UCART19’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셀렉티스는 이 외에 급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UCART123’, 소아 급성 백혈병 치료제 ‘UCART22’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고, 알로젠 테라퓨틱스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ALLO-715’를 개발하고 있다.
CAR-T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체외에서 조작해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항원을 인식하는 CAR을 면역세포 표면에서 생성하도록 만든다. 이를 다시 환자의 몸 안에 넣으면 T세포가 암세포만을 공격한다. 정상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 살상능력은 극대화했다.
시장조사업체 코히어런트 마켓인사이트는 세계 CAR-T 치료제 시장이 2017년 7,200만달러(약 840억원)에서 11년간 연평균 53.9% 성장해 오는 2028년 85억달러(약 9조9,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출시된 제품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2017년 출시된 길리어드의 ‘예스카타’는 지난해 2억6,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1분기에만 9,60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다만 ‘맞춤형’이라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2017년 8월 출시된 세계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는 환자가 치료 의사를 밝히면 노바티스 연구소 소속 과학자 2명이 21일간 세포를 조작해 치료제를 만들었다. 현재 미국에서 출시된 노바티스의 ‘킴리아’의 1회 투약가격은 47만5,000달러(약 5억6,000만원), 길리어드의 ‘예스카타’는 37만3,000달러(약 4억4,000만원)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건강한 기증자에게 받은 T세포를 유전자 조작한 뒤 대량생산하는 방식의 ‘오프 더 셀프(동종이형)’ CAR-T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건강한 기증자에게 T세포를 기증받은 뒤 유전자변형 과정을 거쳐 대량생산하면 자가유래 CAR-T 치료제보다 훨씬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데다 오래 걸리는 제조공정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면역거부반응 극복이 숙제다. 다른 사람의 면역세포를 사용하는 만큼 환자의 면역세포가 삽입된 치료제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반응이 과다면역반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개발사들은 암세포를 죽이면서도 거부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을 발현하지 않는 T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제넥신과 툴젠이 합병해 출범한 툴제넥신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툴제넥신은 유전자가위를 통해 면역거부반능을 없애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김석중 툴젠 치료제사업본부장은 “아직 범용 CAR-T는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제넥신의 면역항암제 기술에 툴젠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결합하면 뚜렷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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