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공직생활에서 터득한 한 가지 사실은 모두의 호평을 받는 좋은 학교일수록 학생들의 인사성이 밝다는 점입니다. 인성교육의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석수 재능고등학교 교장은 특성화고교의 교육과정에서 기술교육이 강조될 뿐 인성교육은 빠져 있다는 데 가장 먼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기업 환경 역시 어렵지만 인성이 훌륭한 학생들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고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지역 기업인들을 만난다”면서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일수록 직원 한 명 한 명의 인품은 지속 가능한 회사 발전을 위해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깨끗한 학교로도 이름이 난 재능고에서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 중 하나도 점심시간 간식 구매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다. 그를 시작으로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이후 학생회가 가담하면서 쓰레기 줍기 문화는 서서히 학교 전체로 퍼져나갔다.
리더십을 입에 올리자 그는 노자의 도덕경 중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와 ‘위무위즉무불치(爲無爲則無不治)’라는 말부터 꺼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하지 않는 게 없고 ‘무위’를 행하면 다스리지 못할 것이 없다는 뜻으로 그의 평생을 관통하는 좌우명이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 시절 단기간에 이뤄낸 역량 강화 역시 이러한 ‘무위 철학’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 교장은 “조직이 변하려면 상위 10%가 아닌 침묵하는 중간그룹을 움직여야 한다”며 “칭송받거나 두려움을 주는 리더보다 조직원들이 그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리더가 가장 훌륭한 리더이고 모든 것을 이루는 리더”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교육부 실무자 시절 정부의 수능제도 개편안으로 여론이 갈리자 직접 카페를 개설해 학부모와 학생·대중의 여론을 듣고 정책 방향성을 고민하는 등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행보로 주목을 받아왔다. 구글의 기업정신으로 달을 잘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높이는 대신 달 탐사선을 제작하자는 뜻의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을 줄기차게 주창해왔지만 혁신적 변화는 상명하달이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게 그의 논지다.
이러한 사고의 바탕이 되는 그의 우물 깊은 곳에는 ‘시심(詩心)’이 자리한다. 지난 연말 두 번째 시집 ‘강물처럼’을 낸 그는 저서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뒷모습에 있다’고 말했다. 어제와 오늘을 내일이라 이름 지으며 ‘그냥 걸어가는 사람’이 지금 이 순간의 살아있음을 보다 생생히 느끼고 구속에서 자유로운 중심을 지니며 일상의 가치를 이해하는 진정한 생의 주역이라는 것이다.
‘바다에 가려고 흐른 것이 아니라 물속 깊이 흐르는 인생이고 싶다’는 시인의 시심에서 평생을 강물처럼 흐르고 싶어 한 그의 속내가 나직이 들리는 듯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