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미국 본토에서 5억달러 규모의 지속가능(ESG)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30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미국의 적격투자기관을 대상으로 5억달러 규모의 ESG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채권은 바젤Ⅲ 적격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만기는 10년 6개월이며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에 1.5%포인트를 가산한 3.34%다. ★본지 6월12일자 10면 참조
총 200개 기관이 발행 규모의 8.6배에 달하는 43억달러의 사자 주문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SG 채권은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본드(Social Bond)와 환경개선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그린본드(Green Bond)가 결합한 특수목적채권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글로벌 본드 발행 성공으로 기존 아시아 중심의 자금조달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확대해 자금조달 시장을 다변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이번 글로벌 본드 발행은 국내 은행이 주로 하는 RegS 대신 미국 내 적격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발행근거법령인 144A룰에 따랐다. 국제 신용평가사 두 곳 이상으로부터 국제신용평가등급을 획득해야 하고 투자설명서를 상세하게 기술해야 하는 등 RegS보다 공시 부담은 커지고 발행 절차도 복잡하지만 미국 내 적격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금조달 창구 다변화와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동시에 누린 것이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글로벌 본드 발행은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금융그룹으로서 금융 산업의 심장부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지난 2003년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최초로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상장한 데 이은 두 번째 쾌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행에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글로벌 행사에 직접 참석해 전 세계 금융 산업을 위한 ‘책임은행원칙(Principle for Responsible Banking)’을 공동 제정·발표하며 ESG 활동에 적극 나섰다. 또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7년 연속 수상, 미국 다우존스가 발표하는 다우존스 지속가능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World)에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6년 연속 편입된 점도 이번 발행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이를 그룹 차원의 중장기 친환경 경영비전인 ‘에코(ECO) 트랜스포메이션 2020’의 적극적인 추진을 위한 다양한 ESG 관련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ESG를 그룹의 주요 경영비전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의 ESG 채권 발행도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그린본드 잔액은 5,200억달러, 소셜본드의 경우 발행 규모는 156억달러(지난해 6월 기준)에 불과하나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회의의 핵심의제로 채택되면서 주요 기관의 ESG 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발행 조건도 유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는 투자 수요가 많아 일반 외화 채권을 발행할 때보다 0.05~0.10%포인트 정도 조달비용을 아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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