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담당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피의자로 입건할 대상자를 곧 확정할 방침이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1일 “최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산하 공촌정수장 소속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를 받은 공무원은 모두 10여 명이다. 이들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 산하 급수팀·수운영팀·생산관리팀 직원과 공촌정수장 시험실 직원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지난 5월 말 붉은 수돗물 사태 발생 후 최초 민원 신고 단계부터 이후 사태 수습을 위해 무엇을 조치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또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가 공촌정수장으로부터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떻게 지시했는지도 파악했다. 경찰은 공촌정수장 시험실 직원들을 상대로 이번 사태가 악화하는 시점에 탁도계가 실제로 고장 났었는지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1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공촌정수장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탁도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환경부는 지난달 18일 정부 원인 조사반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밝히며 “탁도계가 고장 나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은 사태 발생 후 탁도계가 고장 난 게 아니라 누군가가 임의로 작동을 중지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 5월 30일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설비 검사 때 수돗물 공급 체계를 전환하는 수계전환 중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탈락하면서 발생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공촌정수장의 관할 급수구역에 포함되는 26만 1,000세대, 63만 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수계전환 이후 공촌정수장 탁도는 평균치보다 3배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별도 조치 없이 붉은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공급돼 사태가 악화했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박남춘 인천시장과 김모 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을 고발했다.
경찰은 최근 조사한 공무원들 가운데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입건 대상자와 미입건자를 분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 최초 고발장이 접수된 사건이어서 검찰과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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