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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회장 별세]마지막까지 "규제개혁" 외친 벤처 큰별

■본지 칼럼으로 본 '벤처 사랑'

"경직된 규제정책 때문에 4차산업 中에 뒤처져" 날선 비판

"특허중심 스타트업·클라우드·헬스케어 적극 육성 " 제안

3년간 143회 걸쳐 벤처 경쟁력 제고 '조언·쓴소리' 쏟아내





“핀테크·사물인터넷·웨어러블·자율주행차·드론 등 대부분의 4차 산업에서 (한국이) 중국에 현격히 뒤처지게 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경직된 규제 정책 때문입니다.”

지난 2016년 10월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서울경제신문에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 3대 위기 인식이 출발점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네거티브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주제는 올해 7월 말까지 143회에 이르는 그의 칼럼 ‘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을 꿰뚫는 핵심으로 남아 있다. 이 명예회장은 약 3년간 본지에 연재한 칼럼에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어떤 점이 필요한지, 국가 차원에서는 무슨 지원책을 추진해야 할지 분석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낡은 족쇄를 푸는 규제 개혁은 그가 남긴 마지막 화두로 시사점을 주고 있다.

국내 ‘벤처 업계 대부’ 이 회장이 이달 3일 향년 66세로 별세했다. 부정맥으로 별세하기 하루 전까지도 대전 KAIST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벤처기업가이면서 교육자였던 그의 일생과 함께 스타트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그가 남긴 칼럼을 통해 돌아봤다.

◇행동하는 ‘벤처 업계 대부’=1953년 대구 출생인 이 회장은 197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5년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인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을 창업했다. 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기 전문기업으로 1995년 국내 시장 70%를 점유했다. 이후 2010년 삼성전자에 인수됐다.

이 회장을 벤처 업계의 대부로 평가하는 것은 단순히 1세대 벤처기업을 창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95년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는 등 국내 벤처 업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996년에는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코스닥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또 1년 뒤에는 벤처기업 육성을 담은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에도 힘썼다.

지식재산권(IP) 발전을 위해서 2009년부터 KAIST IP영재기업인교육원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같은 해 규제개선을 위해 중소기업옴부즈만 기업호민관도 맡아 활동했다. 이 밖에 △2006년 한국을 일으킨 60인의 엔지니어 △2010년 한국의 100대 기술인 △2015년 한국 경제를 일으킨 기업인 70인에 각각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이 회장의 벤처 업계를 향한 애정은 그의 칼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2017년 11월 ‘H.A.S 스타트업을 키워라’에서 하드웨어(HW)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를 결합한 스타트업을 ‘H.A.S’로 이름 붙이고 이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제품·데이터·서비스 인터페이스 특허 중심의 H.A.S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IP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세계 최초로 추진해보자”며 “제2 벤처 붐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 위해 던진 마지막 화두 ‘규제개혁’=이 회장이 최근 몇 년간 강조한 핵심 화두는 ‘규제개혁’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가상과 현실의 융합(O2O·Online to Offline) 세상을 만드는 혁명’이라고 정의 내린 뒤 O2O 고속도로에서 혁신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규제는 O2O 고속도로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2016년 11월 ‘기술이 번 돈, 제도가 까먹는다’ 칼럼에서 “한국은 기술이 번 돈을 제도가 까먹는 구조인 상황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경직된 법과 제도 때문에 사업화가 지연돼 숱한 4차 산업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규제는 ‘데이터’다. 그는 2017년 7월 ‘개인정보 처리에 미래 달렸다’를 통해 “빅데이터가 없으면 AI는 굶고 4차 산업혁명은 물 건너간다”며 “개인정보는 보호돼야 하지만 지나친 보호는 4차 산업혁명의 장벽이 된다”고 지적했다. 3개월 후에는 데이터 규제의 기준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사이 균형을 위한 해결책은 바로 비식별화의 명확화와 재식별화의 강력한 규제”라고 밝혔다. 일단 익명화를 기준으로 비식별화 정보의 정의를 명확하게 한 뒤 비식별 정보가 아니라 재식별 정보를 엄격하게 규제하자는 제안이다. 올해도 데이터 규제를 ‘데이터 쇄국주의’로 표현하는 등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 상황을 십여 차례에 걸쳐 비판했다.

◇클라우드부터 헬스케어까지…미래 산업 강조=클라우드와 헬스케어 등 미래 산업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드러냈다. 이 회장은 2016년 12월 ‘정부도 O2O 조직으로 진화해야’ 칼럼을 통해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새로운 정부는 클라우드 기반의 정부 4.0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해에는 스마트공장을 클라우드화시키고 산업 정보와 공공 정보 역시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을 탄생시킨 만큼 헬스케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올해 6월 ‘10조 사회적 가치 외면 말아야’ 칼럼에서는 “원격의료라는 구원투수 없이 초고령화 국가 대비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숱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선도할 기회를 박차고 원격 스마트의료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원격의료를 규제하는 의료법과 스마트의료를 제한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양대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규정한 뒤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2호실이다. 발인은 6일 오전이며 벤처기업협회는 유족과 협의를 거쳐 벤처기업협회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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