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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조국만 생각했기에… 오늘 더 쓸쓸한 광복군 무후선열

스무살에 동지 위해 옥중 자결 택하고

중국서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 중 산화

수유리에 후손 없는 광복군 17위 합장

이총리, 국무총리로 합동묘역 첫 참배

광복군 서명 태극기./사진제공=행정안전부




1944년 패전의 기운이 짙어질수록 일제의 횡포는 더 극심해졌다. 참다못한 열아홉 청년 김순근은 한국광복군 입대를 결심했다. 광복군에서 그가 맡은 임무는 중국 톈진에서 조국 독립의 길을 함께 걸어갈 동지들을 비밀리에 모으는 것. 하지만 바짝 신경이 곤두서 있던 왜경(倭警)의 감시를 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임무 수행 도중 발각돼 쇠창살 아래 갇혔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직감한 그는 스스로 마지막 선택을 했다. 조직과 동지들을 보호하기 위한 힘든 결단, 자결이었다. 1945년, 그의 나이 불과 스무 살이었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살아서 밟을 수 있었을 조국 땅, 죽어서 겨우 돌아왔지만 그를 돌봐줄 이가 조국에 없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순국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가 묻힌 곳은 서울 강북구 수유리 광복군 합동묘역. 같은 꿈을 꿨던 동지 16인과 합장 돼 북한산 끝자락 좁은 땅에 간신히 머물게 됐다.

2016년 10월 국가보훈처가 “관리를 하고 있다”며 공개했던 사진./사진제공=국가보훈처


봉분 뒤에 광복군 전사상을 설치한 현재의 모습./사진제공=총리실


옥중 스무살 청년, 동지 위해 자결했지만…

무후선열(無後先烈). 김순근 지사처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돌봐줄 후손이 없는 선열을 일컫는 말이다. 수유리 광복군 합동묘역에 묻힌 광복군들이 그렇다. 유해조차 찾을 수 없어 유품으로 합장 된 선열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희생은 제대로 예우받지 못했다. 1967년 광복군 동지회에서 묘역을 조성하고 1985년 국가보훈처에서 단장했지만 외진 곳에 거의 방치 되다시피 했다. 간혹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이런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찾는 이는 드물었고, 관리도 잘되지 않았다.

2016년엔 한 언론사가 독립운동가의 묘가 홀대 받는다는 내용으로 광복군 합동묘역 관리실태를 지적하자 국가보훈처가 곧바로 반박자료를 내기도 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봉분을 비롯한 묘비석, 단장비석, 상석, 안내표지판 등 추모시설이 갖춰져 있어 쓸쓸히 방치돼 있고 별다른 추모시설이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가 당시 근거자료로 제시한 사진에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에 대한 마땅한 예우보다는 쓸쓸함이 더 엿보인다.



수유리 광복군 합동묘역은 2017년 강북구청이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광복군의 업적을 기리는 조형물 등을 설치하면서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먼 이국땅에서 젊음과 목숨을 다 바친 선열들을 기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광복절인 15일 서울 강북구 수유리의 광복군 합동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이 기억해줄 것이란 믿음에 답해야”

다행히 현 정부는 이 같은 부분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그동안 국가 관리가 미흡했던 수유리 애국선열 묘역, 효창공원 독립유공자 묘역 등 독립유공자 합동묘역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무연고 국가유공자 묘소를 국가가 책임지고 돌보겠다”고 약속했다.

또 문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조국은 나를 기억하고 헌신에 보답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에 답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조금씩 실천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중앙아시아 국가 순방 당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국외의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 행사를 주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월 중국 충칭을 방문,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복원식에 참석했다.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는 항일 무장 투쟁의 심장 역할을 했던 곳이지만 충칭의 급속한 도심 재개발 사업에 밀려 하마터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 했다.

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4월 11일 이 총리는 기념식 참석에 앞서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의 임정요인 묘역을 참배하고, 무후선열제단과 대한독립군 무명용사 위령탑에도 절을 올렸다. 이름도, 후손도 없기에 정부가 더욱 각별하게 모셔야 할 애국선열이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광복절인 15일 다시 한 번 무후선열을 찾았다. 수유리의 이시영 선생 묘역과 함께 광복군 합동묘역을 찾아 헌화와 참배를 했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했다”며 “더 잘 모시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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