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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필기 배제·학종기준 비공개…고교격차 키우고 특권층 악용 소지

■ 조국 사태로 본 수시제도 문제점

변별력 낮아진 수능 대신 선호

상위권 대학 학종비중 절반 달해

교육 다양화 위해 도입했다지만

입시제 근본적 개선책 고민해야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2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앞에서 조 후보자의 사퇴와 수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체적 입시 문제의 ‘민낯’이 공개된 느낌입니다. 입시제도의 근간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대학에 입학한 과정 등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를 가능하게 한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위상 및 영향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생부중심전형은 국내 대학 입시에서 ‘정성 평가’가 개입되는 유일한 전형으로 등장 이래 특권층 등에서 악용될 여지를 남기며 끊임없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왔다. 특히 이번 사례는 ‘선행학습을 통한 특수목적고(특목고), 일류대 진학’을 주로 겨냥해온 그간의 특혜 파문과는 달리 ‘노력(필기고사)’을 배제한 대입 전략이 얼마큼 진행될 수 있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입 제도의 모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시 전형은 올해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총 26만8,776명(77.3%)을 선발하며 이중 학종의 비중은 8만5,168명(24.5%) 내외다. 지방대에서 교과 전형의 비중이 높은 것과는 달리 서울대 등 주요 대학교에서는 유독 학종이 높은 비중을 지니며 수시 대표 전형으로 자리매김했다. 2020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형을 제외한 전체 인원인 78.5%를 학종으로 선발하며 고려대(61.5%), 서강대(55.1%) 등 주요 대학에서도 학종 전형이 가장 높은 선발 비중을 보인다.

이번 입학 과정에서 논란이 된 ‘수상 증빙’이 우리 입시에 들어온 것도 학종 전형의 성장과 일맥상통한다. 입학사정관이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으로 잠재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는 학종 전형은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정권 말기에 등장했다. 이후 ‘교육의 다양성’을 표방한 이명박 정권하에서 꽃을 피워 2008년 이래 주요 외부 경진대회 실적 등 이력 기재가 촉발됐다. 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조국 후보자 측의 해명이 사실관계 여부에 따라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이력 기재 자체가 위법 사항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 우려가 커지며 2011년과 2014년 외부 수상실적 및 논문의 학생부 기재가 각각 금지됐고, 올해 들어서는 보고서 형태의 소논문도 대입 퇴출 단계를 밟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각종 경진대회의 수상자가 제한된 반면 논문에는 이런 제한이 없어 당시 논문 대행까지 암암리에 횡행했다”며 “도입 초기임을 감안할 때 이런 제도를 둔 해외 대학사례 등에 능통한 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의 학종 전형 등 수시 제도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학종의 입시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종에서 대학들은 생활기록부·면접 등 전형 요소의 반영 비율 등만을 공개할 뿐 학년별 성적 반영비율 등과 같은 기본적인 평가 기준조차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들은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수능의 절대평가화로 변별력이 낮아진 상황인 점 등을 들어 학종 확대를 가장 선호한다.

반면 학부모들은 입시 비리에 가장 쉽게 노출될 수 있고 ‘귀족 전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시 부담을 늘린다’는 공격을 받는 수능 비중 확대를 더 선호하는 편으로 지난해에는 오는 2022학년도부터 수능 선발 비중을 전체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이중성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며 조 후보자의 사퇴 및 수시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0여년 수 개의 학교에서 행운과 특혜가 지속됐다는 점에서 고위층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입시 비리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학처장 출신 교수는 “대학이 학종을 선호하는 대표적 원인은 입시 결과에 대한 뒷말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입학사정관 제도를 잘 활용해 위상을 달리한 학교도 있지만 입시 비리가 개입할 우려가 가장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교별 격차 확대에도 학종 등 수시 제도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수능의 절대평가화 등으로 변별력 확보에 실패한 상위권 대학들이 학종을 이용해 지필평가 형태의 면접을 더하고 학교별 선발비율 등 사실상의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몇 년 새 굳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학종은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선발 비율이 미미한 소수 전형이었지만 정부가 고교교육 정상화 등을 목표로 특목고 우선 전형이라고 평가돼온 각종 특기자 전형을 없애는 과정에서 주요 전형을 넘어 대표 전형으로 급부상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학종 전형의 정보 공개 등을 포함한 입시제도 전반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근본적 입시제도 개선에는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수시와 정시로 나뉜 모집 시기만 일원화해도 학과 및 세부 전형별로 복잡하게 나뉘어 사회적 비용을 부르는 입시체제 양상 등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교수는 “입학사정관을 필두로 한 학종 시대의 또 다른 폐해는 대학이 자체 고사의 부활이 어려울 만큼 선발 기능을 잃었다는 점”이라며 “이번 파문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면 정부는 대학 입시제도의 근본적 개선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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