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약 10조원에 달하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금고 지정을 놓고 금융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 시·도는 올 연말까지 금고를 운영할 새 주인을 선정할 예정으로 터줏대감인 대구은행과 농협 간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들도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현재 대구시 1·2금고는 대구은행·농협이, 경북도는 농협·대구은행이 각각 맡고 있다. 수십 년간 줄곧 이어져 온 이 같은 구도에 올해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다.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1월부터 오는 2023년 12월까지 4년간 금고 업무를 취급할 금융기관을 선정하기 위한 ‘대구시 금고지정 신청 공고’를 내고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4일 평가항목과 배점기준 등을 설명하기 위해 열었던 금고지정을 위한 사전설명회에는 대구은행과 농협 외에 국민·하나·우리·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구시는 차기 금고운영사 선정기준으로 주민이용 편의성 평가를 강화했다.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실적 및 계획’이라는 세부 평가항목을 신설해 지자체의 자율배점 11점 가운데 6점을 부여한 것이다.
시는 다음달 4일 신청제안서를 받은 뒤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안서를 심의·평가해 새 금고 운영 은행을 결정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 최고득점 은행이 1금고를, 차순위 득점 은행이 2금고를 맡는다. 1금고는 일반회계를 비롯해 10개 특별회계 및 16개 기금을, 2금고는 5개 특별회계 및 1개 기금을 각각 관리한다. 대구시 금고 규모는 약 9조2,000억원 이지만 90% 이상을 1금고가 관리한다.
금고 은행으로 지정되면 지자체의 막대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고, 지역주민을 잠재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금융권들이 열띤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실적 등 지역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자율항목으로 채택된 것은 다행”이라며 “1금고는 당연히 지역에 가장 많은 영업점과 전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대구은행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2금고를 맡고 있는 농협의 1금고 도전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시 금고 지정 당시에는 1순위 대구은행(97.361점)과 2순위 농협(93.767점)의 점수 차는 3.594점에 불과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일반 시중은행들도 협력사업비 등을 무기로 유치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다만 행정안전부가 지역협력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지난 5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을 개정해 협력사업비(지자체와 협력사업계획)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낮춘 것이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경북도는 이르면 이달 말 금고 관련 공고를 내고 사업설명회, 신청제안서 접수, 금고지정심의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금고 은행을 선정할 방침이다. 새롭게 선정된 은행은 내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3년간 도 금고를 운영하게 된다. 1·2금고를 맡은 농협과 대구은행을 비롯해 여러 시중은행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대구·안동=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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