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이 28일 “우리 경제가 서서히 망해가는 중”이라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산업규제 완화 △기업 지원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이날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연찬회 특강에서 “우리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위기에 몰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적정한 자본수익률을 만들어야 일자리가 생기는데 자꾸 노동과 자본이 적대관계라고 한다. 노동의 경쟁자는 노동으로 자본에 대한 수익성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망가뜨리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수요가 낮으니 높이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맞았다”면서도 “내수 진작의 방법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사람으로부터 (소득을) 높은 사람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높은 사람에서 높은 사람으로 옮겨 별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밖에 못 주는 자영업자가 고소득층이 아니라는 점에서 삐거덕거렸다”고 분석했다. 박 회장은 이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는 임금인상도 있지만 가계부담 경감도 있다”며 “의료비·주거비·교육비·통신비·교통비 등 앞으로 우리가 키워야 하는 가능성 있는 사업들은 국민부담 경감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떠한 산업도 돈을 못 벌면 아무 구실을 못한다”며 “서비스 산업으로 돈을 못 벌게 해놓고 발전하라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다만 박 회장은 “주휴수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이미 취직한 사람을 위한 것으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3대에 걸쳐 정부가 취직한 사람을 위한 일만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취직하지 못한 사람이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16.4%로 올렸다”면서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8%로 낮지 않다”며 “기업의 임금 부담이 커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토지 원칙 사용 금지 등 규제를 다 풀고 부지·전기·수도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노동자는 자유롭게 취업하는데 사용자는 여전히 노동법 규제에 묶여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인민이 대한민국 국민보다 무능한 게 아니라 어떤 체제에서 지원해주느냐에 따라 북한처럼도 되고 대한민국처럼도 되는 것”이라며 “자기가 알아서 열심히 돈 벌겠다는 사람에게는 자유를 줘야 세상이 돌아간다”고 했다.
한편 박 회장은 “제조업 하나에 기대서는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며 미래산업으로 농업과 서비스업을 지목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제조업은 일찍부터 전 세계 경쟁에 노출시켰는데 농업과 서비스업은 그러지 않아 경쟁력이 없는 게 우리 경제의 현상”이라며 “농업과 서비스업을 경쟁력 있게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찬회를 마친 황교안 대표는 “귀한 자리가 됐다”며 “정부의 폭정을 막아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새 출발하는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용인=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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