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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당성향 G7 평균 웃도는데...'스튜어드십코드' 앞세워 쥐어짜기

[순익 급감에도 '배당잔치']

'짠물배당' 정상화 맞지만 '울며 겨자 먹기' 방식 논란

정부 '수탁자 책임원칙' 강화...금액 더 늘어날수도

"기업 미래 경쟁력 대비, 배당 확대 적정선 합의 필요"





국내 기업의 배당금이 매번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늘어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투자자에게 인색했던 ‘짠물 배당’이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당금의 원천인 이익이 감소하는데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업이 무리하게 배당금을 늘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의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방침으로 기관투자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앞으로도 배당 확대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상대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요구한 것처럼 국내 대기업을 겨냥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을 열어주는 통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펀드가 주로 배당 확대를 무기로 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이 ‘어디까지 배당을 확대할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들어 국내 기업은 ‘시계 제로’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이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미국과 중국 주요2개국(G2) 간 통상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하고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한국 기업의 ‘가격’을 보여주는 코스피·코스닥지수는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불안한 기업은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95곳의 올 상반기 기준 현금 보유액은 24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3조7,400억원보다 8%가량 증가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이 크게 줄었는데도 현금 보유액이 늘어난 것은 투자를 줄였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 유형별로 살펴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19조9,6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0.5% 줄었으나 나머지 단기금융상품 등은 122조2,500억원으로 18.5% 증가했다. 즉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만일에 대비해 돈을 금융상품으로 ‘굴리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 현금으로 배당을 확대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여력이 소진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업 주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배당 확대를 압박한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그동안 배당 수준이 낮았던 이른바 ‘과소배당’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며 앞으로도 배당 확대를 기업 측에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의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한 규정 개정에 착수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국민연금 등 기관들의 주주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분 대량보유 공시의무 제도인 ‘5% 룰’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배당 확대 일변도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내 기업의 배당 수준이 외국에 못지않게 높아졌다는 근거도 있다. 배당성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이익 수준에 비춰볼 때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 기준 국가별 주요 증시 상장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배당성향은 한국이 평균 5.05로 선진국인 주요7개국(G7·4.72)은 물론 브릭스(BRICs·2.58)보다도 높았다. 결산·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국내 기업 수와 배당금 총액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과 배당 수익률은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온 결과 수익성 대비 배당성향은 주요 선진국·신흥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상장사협의회의 주장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7월 발표한 ‘주요국 기업 배당성향 현황 분석’ 보고서를 반박하는 데서 도출됐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결산 배당 법인 수는 2008년 413개에서 2018년 545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상장사 중 비중도 64.7%에서 72.4%로 증가했다. 배당금 총액은 8조7,000억원에서 21조3,000억원으로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배당성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25.47%에서 2009년 22.62%로 줄었다가 증가해 2018년 29.43%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기간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24.82%로 같은 기간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G7 대표 증시 상장사 평균 41.90%는 물론 주요 신흥국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평균 35.67%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상장협의 한 관계자는 “주주 중시 경영에 따라 배당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중장기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신규 사업 발굴 및 투자, 연구개발(R&D)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양준·박경훈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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