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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뇌물액 50억↑, 집행유예 선고 '불가능'

2심서 형량 감경을 받느냐 못받느냐 '주목'

제삼자 뇌물 16억원 추가…형량 가중 불가피

가장 형량 큰 '재산국외도피' 무죄는 유지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라인 공사가 진행중인 평택캠퍼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다시 받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을 다시 거칠 경우 기존 형량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이 부회장은 앞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고 석방됐다.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사건 중 2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향후 판결에 따라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우선 2심은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액에 포함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그만큼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없었으므로 그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삼성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제3자 뇌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삼성이 최씨 측에 송금한 78억여원에 대해서는 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범죄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무죄로 결론 내린 바 있다. 1심에서 전부 혹은 일부 유죄로 판단한 이들 세 가지 혐의가 2심에서는 줄줄이 무죄로 바뀌면서 이 부회장은 석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가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경영권 승계 현안이 있었다며 제3자 뇌물 혐의까지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대한 판단에 대해 앞으로 2심(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다투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가 내려진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법원 판결 결과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오승현기자


■ 정유라 ‘말 구입액’ 뇌물 인정…형량 가중 불가피

이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말 3마리를 뇌물·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질적으로 최순실 씨의 소유처럼 말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형식적인 소유권까지 최씨에게 넘어간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근거였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인정된 말 3마리의 값 34억원이 2심에서는 사라졌다. 이에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는 1심의 72억원에서 3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뇌물로 제공하기 위해 횡령한 회삿돈 역시 그만큼으로 낮춰졌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이재용 전 부회장 등이 제공한 것은 말”이라며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소유권까지 취득하지 않더라도 실질적 사용 처분권을 취득한다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말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최씨가 삼성에 말들을 반환한 필요도 없었고, 말들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말들이 다치거나 죽어도 손해를 물어 줄 필요가 없었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뇌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순실 씨가 말이 삼성 명의로 된 것에 화를 낸 사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말의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 사실 등을 근거로 들었다.

2심 판결로 줄어들었던 뇌물액과 횡령액에 대한 ‘증액’이 이뤄지게 됨으로써 향후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부회장의 형량 가중이 불가피해 보인다.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감에 따라 형량 산정에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일 때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한 형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형의 감경 등을 거친다면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혐의들도 여럿 유죄로 인정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아주 이례적으로 삼성 측에서 재판 결과에 대한 신속한 입장문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배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을 파기환송한 29일 이인재 변호사를 비롯한 삼성 측 변호인단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방청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현안’ 인정…제삼자 뇌물 16억 추가

2심 결과가 뒤집어진 것은 또 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도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최소 비용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춰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가관계의 여지가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청탁 대상과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는 없고,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다”며 “2심이 ‘부정 청탁의 대상이 명확히 정의돼야 하고, 청탁도 명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2심에서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된 ‘명확히 정의된 현안’이나 그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뚜렷한 인식’ 등은 증명될 필요가 없게 됐다.

부정한 청탁은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되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다. 이것이 인정됨에 따라, 2심에서 무죄로 판단 받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이 파기환송심에서는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 공여죄가 추가로 인정되는 셈이다. 뇌물로 준 16억원만큼 회삿돈을 횡령한 것도 인정되는 만큼 횡령 금액 역시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가장 형량 큰 ‘재산국외도피’ 무죄는 유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2심에서 무죄로 바뀐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서는 2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2심은 이 부회장이 허위 지급신청서를 제출하고 회삿돈 36억여원을 최순실 씨 소유인 코어스포츠 명의 독일 계좌에 송금했다는 혐의에 대해 “도피하겠다는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0억원 이상일 때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되는 무거운 죄에 속한다. 이에 대해서는 3심에서도 무죄로 선고됐다. 다만, 횡령 외에도 뇌물 혐의 및 액수가 추가된 상황인 만큼 이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았다는 점이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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