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과 극심한 취업난 속에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도로 위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배달 청춘’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전체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오토바이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 배달대행 업체를 제외하고는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젊은 라이더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1~8월 누적 기준 2만5,24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륜차(오토바이) 교통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5,722건에서 6,404건으로 11.9%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이륜차 사고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 증감률은 더욱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울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 205명에서 올해 153명으로 25% 넘게 급감했지만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0명으로 1년 새 전혀 변동이 없었다.
문제는 이륜차 인명사고가 빠른 서비스가 생명인 배달 종사자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2016년부터 올 8월까지 최근 3년간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의 직종을 분석한 결과 배달 종사자(28.6%)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배달 종사자가 많이 분포한 20대(24.4%)의 이륜차 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았으며 요일별로도 배달수요가 몰리는 주말에 사망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편리한 주문배달 서비스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배달 종사자들의 오토바이 사고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300만건이던 배달주문 건수는 올해 8월 3,600만건으로 56%나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매년 70~80%의 고속성장을 이어가면서 올해 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배달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실정이다. 20대 배달기사 최모씨는 “배달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곧장 접수된다”며 “어떻게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오토바이를 몰다 보니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배달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혹서기 오토바이 배달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폭로하며 폭염수당 도입, 쉴 권리 보장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라이더들의 안전대책을 강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라이더들에 대한 안전교육 시행과 함께 ‘빠른 배달보다 안전한 배달을 추구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경찰청도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광장에서 배달 업체 대표 및 라이더들과 함께 안전운행을 독려하는 ‘제1회 이륜차 안전운행 한마음대회’를 열었으며 다음달까지 두 달간 집중적으로 이륜차 사고예방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현상·허진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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