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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에 목숨 내맡긴 '배달 청춘'

[오토바이 사고·사망자 증가세]

교통사고 사망 25% 줄었지만

이륜차 사망 올 40명 요지부동

3명중 1명 배달종사자로 최다

배달수요 급증에 쉴틈없이 질주

처우 개선·사고예방 병행해야

올해로 6년째 배달대행기사로 일하는 20대 라이더 박모씨는 올여름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무더운 날씨 탓에 집에서 편하게 음식을 시켜먹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배달주문 건수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특히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를 매일같이 오토바이로 달리다 보니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으로 체중이 두 달 새 5㎏ 넘게 줄어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에는 너무나 더운 나머지 헬멧을 쓰지 않고 배달에 나선 적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경기불황과 극심한 취업난 속에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도로 위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배달 청춘’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전체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오토바이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 배달대행 업체를 제외하고는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젊은 라이더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1~8월 누적 기준 2만5,24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륜차(오토바이) 교통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5,722건에서 6,404건으로 11.9%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이륜차 사고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 증감률은 더욱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울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 205명에서 올해 153명으로 25% 넘게 급감했지만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0명으로 1년 새 전혀 변동이 없었다.

문제는 이륜차 인명사고가 빠른 서비스가 생명인 배달 종사자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2016년부터 올 8월까지 최근 3년간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의 직종을 분석한 결과 배달 종사자(28.6%)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배달 종사자가 많이 분포한 20대(24.4%)의 이륜차 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았으며 요일별로도 배달수요가 몰리는 주말에 사망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편리한 주문배달 서비스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배달 종사자들의 오토바이 사고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300만건이던 배달주문 건수는 올해 8월 3,600만건으로 56%나 급증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매년 70~80%의 고속성장을 이어가면서 올해 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배달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실정이다. 20대 배달기사 최모씨는 “배달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곧장 접수된다”며 “어떻게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오토바이를 몰다 보니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배달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혹서기 오토바이 배달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폭로하며 폭염수당 도입, 쉴 권리 보장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광장에서 열린 제1회 이륜차 안전운행 한마음대회에서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배달 오토바이에 안전 문구 스티커를 부착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일부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라이더들의 안전대책을 강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라이더들에 대한 안전교육 시행과 함께 ‘빠른 배달보다 안전한 배달을 추구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경찰청도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광장에서 배달 업체 대표 및 라이더들과 함께 안전운행을 독려하는 ‘제1회 이륜차 안전운행 한마음대회’를 열었으며 다음달까지 두 달간 집중적으로 이륜차 사고예방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현상·허진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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