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의회, 투자출연 기관이 일본 전범기업의 제품을 공공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다. 서울시·외교부·시의회 내부에서도 “불필요한 외교갈등을 만들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밀어붙이면서 표결도 없이 일사천리로 강행됐다.
서울시의회는 6일 ‘서울특별시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시장에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를 제한하기 위한 중장기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범기업은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하며 284개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히타치 등 일본의 주요 상사·제조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조례는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됐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이 이의 여부를 묻자 민주당 의원들은 “없습니다”라고 외쳤다. 반대 의사 표명이 없어 전자표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시의원 6명은 항의의 뜻으로 조례가 통과될 때까지 회의에 불참했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홍성룡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송파3)은 “조례 제정을 방해하던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 심지어 국내의 일부 보수언론까지 우리의 나약함을 비웃었다”며 “생활 속에서 불매운동이 영원히 지속돼야 한다. 조례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기업 조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에 관한 협정 개정의정서에 ‘외국인 소유의 정도에 근거해 불리하게 대우하지 아니한다’는 비차별 조항이 있어 상위법과 상충한다는 우려를 샀다. 조례가 추진되자 외교부가 서울시·시의회와 접촉해 우려를 전하기도 했고 서울시는 조례 내용을 대폭 수정해 선언적 내용만 남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시의회 110석 중 102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임시회 개최 전 의원총회를 열어 조례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의총에서는 “조례 제정이 더 큰 갈등을 원하는 일본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냐”는 신중론도 나왔지만 “한일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행동해야 하며 지방의회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있다”는 강경론이 압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를 시작으로 전범기업 조례가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의회가 주도해 현재 17개 시도 광역지방의회에서 유사한 조례가 발의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노노갈등’ 조례로 불렸던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안’은 2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정년 전에 퇴직하는 경우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공무직의 인사 결정을 맡는 인사위원회에 공무직 노조의 추천권을 보장하되 변호사·공인노무사 등 전문직을 두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폭 수정돼 통과됐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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