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과 강남대로 일대는 한때 화장품 로드숍의 천국으로 불렸다. 한국 화장품이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면서 ‘관광 쇼핑 1번지’인 명동을 화장품 로드숍이 점령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고 화장품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화장품 매장은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강남대로에 영업 중이던 잇츠스킨과 스킨푸드, 미샤 등이 문을 닫았고 명동에서도 VDL과 바닐라코가 폐점했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대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상권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이태원·청담 등 6대 상권은 올해 상반기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각 상권의 희비를 가른 아이템은 무엇일까.
◇아이템 따라 갈린 희비…화장품 로드샵 빈자리에 신발 멀티숍=올해 상반기 상권 공실률 상승을 촉발한 아이템은 ‘화장품’이었다. 공실률이 3.1%에서 6%로 증가한 명동에서는 상가 1층에 위치한 화장품 로드샵이 지난해 말 77곳에서 올해 상반기 73곳으로 줄었다. 공실률이 3.8%에서 4.6%로 증가한 강남역 인근 역시 상가 1층 기준 화장품 매장이 지난해 말 20곳에서 올해 상반기 13곳으로 감소했다. 화장품 매장의 숫자는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체험형 화장품 매장’은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명동에 문을 연 미샤 메가스토어와 강남역에 개업한 아리따움 라이브, 홍대에 문을 연 시코르 등이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에도 멀티 브랜드숍으로 전환한 미샤가 내놓은 Nunc가 홍대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강남역에는 이니스프리 플래그십이 오픈한 바 있다.
화장품 매장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슈즈 멀티숍이었다. 애슬레저 룩의 꾸준한 인기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인한 변화다. 명동의 슈즈 멀티숍은 지난해 하반기 22개에서 올해 상반기 27개로 늘었고, 강남역은 17개에서 18개로 증가했다. 홍대 역시 49개에서 53개로 늘었다. 다만, 홍대는 ‘아일렉스 스퀘어’가 준공하면서 상가 공급이 늘어 공실률은 증가했다. 홍대 공실률은 지난해 가로수길의 절반 수준인 5.7%에서 올해 상반기 9.9%로 올랐다.
◇상권 활기 불어넣은 일등공신은 ‘흑당 버블티’ =화장품 로드숍과 달리 상권 공실률을 낮춘 일등공신은 바로 흑당 버블티였다. 흑갈색 시럽이 흘러내리는 듯한 독특한 비주얼로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인증샷 음료’로 큰 인기를 끌었다. 6대 핵심상권에 흑당 버블티 매장은 지난해 하반기 1개에 불과했으나 1분기 기준으로 8곳에 달하며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6대 핵심상권에서 영업 중인 ‘마라요리 전문점’도 지난해 12곳에서 올해 상반기 26개로 폭발적으로 늘며 상권 활성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위생 점검을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 63곳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37곳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서 인기는 다시 사그라지는 추세다.
진원창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팀장은 “해외 여행객이 해마다 늘면서 이국적인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흑당버블티와 마라탕은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경기 불황에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피부과 등 의료 상가도 개업이 크게 늘었다. 강남역 인근 병·의원 숫자는 지난해 262곳에서 275곳으로 증가했고, 청담동도 132곳에서 137곳으로 늘었다. 진 팀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일부 회복되고 K-POP 열풍에 힘입어 미용을 위한 해외 의료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구에 따르면 해외 의료 관광객은 2017년 7만2,000명에서 지난해 9만5,000명으로 증가했으며 전국 병의원 증가율도 피부과가 47%, 성형외과가 37%로 1, 2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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