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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법수장을 만나다] 정용달 부산지방법원장 "법원사건 과포화 심각...조정제 활성화해야"

과거보다 사건 복잡·다양해졌는데

인력 부족...사법서비스 질 저하 우려

민사재판 판결 '모 아니면 도'지만

중재 통해 합의점 찾을수 있을 것

정용달 부산지방법원장이 9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내 집무실에서 최근 사건의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부산지법




“점심시간 1시간 만큼은 직원들을 위해 민원실 문을 닫고 식사 후 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초반에는 점심때 오셔서 기다리느라 불평하는 민원인들이 많았지만 법원 식구들의 과로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이 오히려 질 좋은 사법 서비스 제공에 도움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강행했습니다.”

9일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부산법원종합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정용달(59·사법연수원17기·사진) 부산지방법원장은 1991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대구·경북지역에서 재판업무에 전념한 지역 법관으로 올해 1월 말에 취임했다. 정 원장은 취임 후 추진한 과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모두의 행복을 위한 ‘점심시간 사수’를 꼽았다. 사건 기록이 복잡하고 방대해지면서 법원 공무원들과 판사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몸이 상할 정도로 일이 많았던 법원 직원들에게 쉴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줬다는 뿌듯함 때문이다.

모든 지방법원이 그렇지만 부산지법도 증가하는 사건 수에 비해 인력이 충분하지 못한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다. 정 법원장은 “사건 증가율 대비 판사 증원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단순히 숫자만 비교할 것이 아니고 사건의 성격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날이 갈수록 사건이 질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가 초임 판사로 일하던 90년대 초반에만 해도 전형적인 사건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삶의 모습이 다양해지면서 사건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졌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행정사건의 경우 예전에는 국민들이 행정관청의 각종 처분을 받아들이고 넘겼다. 반면 최근에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법원의 문을 두드린다. 이런 탓에 접수된 사건 수가 과거와 같다 해도 새로운 형식의 소송들이 생겨나면서 판사가 한 사건 심리에 신경 써야 할 시간이 덩달아 늘어 업무 과중으로 심신이 크게 지쳐가는 실정이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각종 증거서류와 준비서면이 두꺼워진 것도 법원 직원들의 과로에 일조하고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제출하는 준비서면만 300장이나 된다고 정 원장은 귀뜸했다. 그는 “판사들이 재판 관련 기록을 다 읽느냐고 물으시는데 재판과정에서 어떤 법률적 주장이 나올지 알 수 없어서 정말 하나하나 다 꼼꼼히 살펴본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 법원장은 단순히 법원 직원들의 휴식시간을 늘린다고 해결될 아니고 근본적 해결책으로 조정 제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법언으로 사건이 넘어오기에 앞서 다양한 중재기관들이 생겨야 한다는 의미다. 정 법원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언론 관련 사안을 중재하고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의료 사안을 다루는 것처럼 분야별 중재기관을 통해 분쟁을 먼저 해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조정이 늘어나면 과포화한 법원 사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법원장은 “민사재판의 판결은 ‘모 아니면 도’지만 중재를 통해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중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법원장이 추구하는 리더십의 철학은 ‘믿어주기’다.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이 긍정적이고 일을 열심히 한다고 믿는 것이다. 정 법원장은 “판사나 법원 공무원들은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누구보다 큰 사람들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며 “업무의 속도나 업무량을 강요하지 않고 담당자를 믿어주면서 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게 하면 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 주장에 귀 기울이며 온화한 재판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날 만큼 대구지방변호사회가 뽑은 우수법관에 선정되기도 했던 정 원장의 소통 이미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후배 법조인을 아끼는 마음이 큰 것으로 소문이 자자한 정 법원장은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한 제언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로스쿨 학생들이 법조인으로서의 직업을 검사·변호사·판사 세 가지만 생각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법치주의는 행정공무원 혹은 일반 기업 등 사회 모든 영역에 들어가 일하는 것이 크게 보면 우리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 법원장은 그러면서 “변호사시험을 자격 시험화하고 각계 각층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때 사법고시 제도와 차별화한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가 달성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부산=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1961년 대구 △1980년 경북사대부고 졸업 △1985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 합격 △1988년 제17기 사법연수원 수료 △2009년 대구지법 부장판사 △2011년 부산고법 부장판사 △2012년 대구지법 수석부장판사 △2015 년 대구고법 수석부장판사 △2019년 부산지방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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