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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면허 의무화 추진...'긱 노동자'에 과도한 진입장벽[갈라파고스 위기에 선 韓모빌리티]

<중> 노동4.0시대에...외면 받는 플랫폼 드라이버

자격시험, 불필요한 지리·심폐소생술 등 서비스 향상과 거리

타다 드라이버 절반이 부업으로...한달 이상 소요도 큰 부담

범죄이력조회·자격제한 강화 등 플랫폼 맞춤형 자격 필요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타다’가 운행하고 있다./서울경제DB




국토교통부가 모빌리티 플랫폼 운전자들도 택시운전자격을 의무적으로 취득하는 방안을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포함 시켰지만 플랫폼 운전자들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규정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지리 시험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는 택시운전자격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범죄경력조회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모빌리티 자격 기준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한다. 특히 본업보다는 부업 개념의 긱(Gig) 노동이 일반적인 모빌리티 운전자들에게 택시운전자격은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택시운전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선 필기시험과 16시간의 연수 등을 포함해 평균 3~4주 가량이 소요된다. 필기시험은 교통법규와 외국어, 지리 등으로 구성돼있다. 문제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일정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자격 내용은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11인승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파(큐브카) 관계자는 “지리 시험에선 특정 건물이 무슨 역 어느 방향에 있는지 등을 묻는데 플랫폼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해 내비게이션을 보고 운전하는 방식”이라며 “지리 지식을 주로 테스트하는 면허가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VCNC 역시 “액화석유가스(LPG) 차량관리와 같이 모빌리티 기사에겐 불필요한 내용과 심폐소생술 등이 포함돼 있어 형식적”이라고 말했다.

주당 5~50시간까지 선택적으로 일하는 긱 노동자들에게 한 달 동안 시간을 들여 새로운 면허를 따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VCNC가 지난 8월 협력 업체와 함께 타다 운전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업으로 타다를 운전한다고 답한 비율은 44%에 달했다. 타다 운전을 부업으로 선택한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자유로운 업무시간과 일자리 선택권(82%)’을 이유로 꼽았다. 뒤를 이어 △소득의 안정성 23% △업무강도 11%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 7% △타다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7% 순이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실제 택시 운전을 하지 않는데도 택시 면허를 취득하도록 하는 것은 운전자들에게 과도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이미 플랫폼 노동자들처럼 시간제 업무를 하는 대리운전기사의 자격 강화에 대한 비슷한 지적이 이뤄진 바 있다. 대리운전 자격증과 관련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대리운전업법’ 개정안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사고 방지와 범죄예방의 필요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입법조치”라면서도 “경제적 약자가 대부분인 대리운전자들에게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어 신규 진입 및 취업 기회를 제한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모빌리티 플랫폼과 맞지 않는 택시면허취득을 의무화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자격 기준을 만드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VCNC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범죄경력조회와 자격제한 등은 강화하되 승객 운송에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된 새로운 모빌리티 자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모빌리티 플랫폼을 지칭하는 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를 신설해 새로운 규정을 담았다. TNC는 지난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 정의한 이후 48개주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TNC 운전자에 대한 자격조건은 각 주마다 다르지만 범죄기록과 운전경력 등을 조회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TNC 운전자는 각 주에서 인정하는 면허와 운전교육 등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음주와 약물 복용 운전 등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승객 안전과 연관된 부분은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별도의 영업용 면허를 의무적으로 소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진 않다.

국내에서도 지난 6월 카풀(승차공유) 업체들을 대상으로 범죄 경력을 조회해 성범죄자와 음주운전자 등의 활동을 막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법안은 “운전자의 성범죄 등 범죄경력을 확인하지 않아 동승자에 대한 안전과 서비스를 담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라며 “범죄경력이 있는 운전자에 대해 카풀을 알선할 수 없도록 하고 범죄경력 조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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