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 변희재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거머리’, ‘매국노’ 등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0월 ‘종북’이라는 표현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에 가깝다고 본 판단에 따라 해당 표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2부는 이 지사가 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변씨가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변씨는 2013년 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트위터에 이 지사를 ‘종북’이라고 지칭하는 글을 13차례 올렸다.
2014년 2월에는 소치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러시아 국가대표로 활약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과 관련해 이 지사를 비판하는 글도 16차례 적었다.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가 시청 빙상팀을 해체해 결과적으로 소속 선수이던 빅토르 안이 한국을 떠나갔다는 취지다.
이 지사는 변씨의 이런 비난으로 사회적 평가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이 지사를 종북으로 지칭하거나 매국노로 지칭한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4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공인인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표명이나 의혹 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런 대법원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표현은 이 지사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려는 수사학적 과장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지자체장이자 공당 당원인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변씨가 이 지사에 대해 ‘종북에 기생하여 국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떼’라고 표현한 것은 단순한 논쟁·비판을 넘어선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빅토르 안과 관련한 게시글 중에서도 이 지사를 ‘매국노’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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