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경영권 인수(Buy-out) 펀드의 절대 강자로 꼽히는 MBK파트너스가 소수지분 투자 영역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8년 초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를 결성한 지 불과 2년여 만이다. MBK파트너스가 비(非)경영권 인수 투자영역에서도 입지를 구축해나가며 글로벌 사모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사모펀드(PEF)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 CGV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 상장 전 지분 투자(pre-IPO)에 SSF를 사용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3억2,00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펀드 출범 이후 불과 1년여가 지나 8억5,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로 조성한 해당 펀드의 출자액을 대부분 소진하게 됐다.
MBK파트너스는 출자약정액 규모만 10조원이 훌쩍 넘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다. 2005년 국내 사모펀드의 태동과 함께 출발한 토종 1세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그동안 경영권 인수 투자에만 주력해왔다. 대표적 투자 회수 실적으로는 신한금융그룹에 매각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최근 ‘재매각’ 홍역을 앓고 있는 코웨이 등이 있다. 최근에 우리은행과 손잡고 1조3,811억원에 롯데카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승승장구의 배경에는 압도적인 투자실적이 있다. 8월 대체투자 정보 전문 서비스업체인 프레킨은 MBK파트너스를 세계 최고의 경영권 인수 사모펀드 운용사로 선정했다. 3월 MBK파트너스가 발간한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MBK파트너스 2호 펀드 연환산 내부수익률(IRR)은 26.5%다. 3호 펀드와 4호 펀드는 각각 22.6%, 20.4%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들어서는 경영권 인수에 국한했던 포트폴리오를 소수지분 영역으로까지 확대했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말 SSF를 조성해 가면서 지난해부터는 투자를 시작했다. SSF는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사분할과 자산매각 등 특수한 상황에 투자하는 펀드다. 출범 이후 의료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인 링크닥 등 중국 3개 기업과 일본 그린레저 등에 3억2,400만달러(약 3,900억원)를 투자해 18%의 수익률(2018년 말 기준)을 기록했다. 이후 국내 1호 경영자인수(MBO) 방식 M&A로 기록된 바뀐 BHC 전환사채(CB)에 1,5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번 CJ CGV 투자는 비경영권 인수 투자영역에서 글로벌 사모펀드를 제치고 거래를 따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본입찰에서 MBK파트너스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피에쿼티파트너스, 골드만삭스PIA 등과 경쟁했다. MBK파트너스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사모펀드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조원가량의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는 한 국내 사모펀드의 관계자는 “KKR 등 굴지의 글로벌 사모펀드를 제치고 CJ CGV 동남아 상장 전 지분 투자를 따내면서 MBK파트너스는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사모펀드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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