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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아기 울음소리…유아복업체 '눈물의 엑소더스'

국내 영유아 인구절벽에 매출급감

프리미에쥬르·쁘띠엘린 등 짐 싸

업계 '온라인·中 진출' 활로 모색

"아이 1명에 올인" 명품매출은 쑥





아기 ‘울음소리’가 멈추면서 유아복 브랜드의 ‘비명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생률이 해마다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장수 유아복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엑소더스’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에 봉착한 국내 유아동복 기업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재출시하거나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한 명의 아이만을 위한 ‘통 큰’ 소비도 이어지면서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유아동복 전문 브랜드 ‘프리미에쥬르’가 철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쁘띠엘린’도 미아점·일산점·중동점·전주점에서 짐을 싸서 나갔다. 지난 7월 말에는 해피랜드코퍼레이션이 유아복 브랜드 ‘파코라반베이비’를 전개한 지 25년 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보령메디앙스가 운영하는 유아생활용품 편집숍 ‘비비하우스’는 전국 백화점 내 46개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출생아 수 감소로 유아복 시장의 위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7월 전국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0명 줄어든 2만5,236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영유아 인구절벽에 국내 대표 유아동복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국내 대표 유아동복 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1,128억원으로 전년(1,408억원)보다 20% 가까이 하락했다. ‘알로앤루’ ‘포래즈’ ‘알퐁소’ 등을 운영하는 제로투세븐의 패션 부문 매출은 2017년 1,010억원에서 지난해 881억원으로 감소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브랜드가 키즈 라인을 론칭하고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까지 유아동복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1조원을 겨우 넘는 유아동복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소비자 취향도 변하면서 백화점에서 버틸 수 있는 전통 유아복 브랜드가 남아 있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선 유아동복 업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살 길 모색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비용 절감에 유리한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제로투세븐은 8월 영유아 패션 브랜드 ‘알퐁소’의 키즈라인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자사몰에서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신생 아동복 브랜드는 처음부터 온라인 전용으로 출발하는 추세다. 유아동복 기업 서양네트웍스의 ‘비플레이’와 쌍방울의 ‘뿌생’ 모두 올해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론칭했다. 2017년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빈폴 키즈’가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탈바꿈하며 올 1~8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 신장하는 성과를 올렸다.

거대한 아동복 시장을 형성한 중국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중국산업전망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아동복 시장은 한 자녀 정책 폐지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연평균 11%씩 성장하고 있다. 향후 5년 후에는 55조원 규모에 도달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유아복 브랜드 ‘해피랜드’는 지난 상반기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쇼핑몰에 1호점을 오픈하고 올해 안에 20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세웠다. 유아복 브랜드 ‘압소바’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지난해부터 면세점 입점을 늘리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명품 유아복 시장만큼은 활황세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1~8월 명품 키즈라인의 매출은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몽클레어 앙팡’ ‘버버리 칠드런’ ‘지방시 키즈’ 등이 입점해 있다. 하반기 매장 개편이 이뤄진 현대백화점의 경우 파코라반베이비와 비비하우스가 빠진 자리에 프리미엄 유모차로 유명한 ‘싸이벡스’가 입점했다. 유아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모·조부모·이모에 주변 지인까지 한 아이만을 위해 소비하는 ‘텐 포켓’ 현상이 프리미엄 아동복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저출산의 영향으로 유아복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지만 유아동 1인당 투입되는 비용은 증가하고 있어 고가 아동복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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