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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언어정담] 超自我의 명령어로부터 탈주하라

'착해보여야 해' 등 초자아 명령어

창조성·잠재력 가로막는 원인

남이 강요하는 이미지 집착말고

나만의 주체성 기르는 연습하길

정여울 작가






프로이트에게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우리 아이가 부모 말을 좀 잘 듣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말 안 듣는 아이들은 부모들의 골칫거리였나보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아이들을 말 잘 듣는 존재로 길들이는 것이 정신분석의 목표는 아님을 분명히 했다. 어른의 말을 무조건 잘 듣는 아이는 그만큼 초자아의 명령에 순응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고(Ego), 이드(Id), 초자아(Superego)의 관계 속에서 초자아의 역할은 24시간 자아를 감시하는 무적의 경찰관 같은 존재다. 이드가 거침없이 솟아나는 야생의 충동이라면, 초자아는 그런 충동과 열망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검열관이며, 에고는 초자아와 이드 사이에서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타협하며 화해와 중재를 추구하는 의식적인 자아다. 초자아에게는 아무것도 숨길 수가 없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과 욕망의 움직임이 초자아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초자아의 지나친 감시와 통제 속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성장의 과제이자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정신의 모험이다.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부모님의 잔소리나 교사의 명령어에서 그들의 얼굴을 빼고 오직 그 명령어만 남겨놓은 것이 초자아의 모습이다. 초자아는 아무도 감시하지 않을 때조차도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는 ‘양심’의 역할도 하기에 분명 필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선량한 사람들에게 초자아는 주로 창조성이나 자율성을 억압하는 쪽으로 기능할 때가 많다. 지나치게 자신을 통제하는 사람들, 완벽한 모범생으로 인정받지만 혼자 있을 때는 깊은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들, 규칙과 제도에 짓눌려 자유로움과 상상력이 억압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 초자아의 명령어에 과도하게 짓눌려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기준이 ‘탁월한 또는 모범적인 자기 자신의 모습’에 있다면, 그런 부모는 아이의 초자아를 향해 짙은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 ‘왜 우리 아이는 나보다 공부를 못하는 걸까, 왜 나보다 뛰어나지 못한 걸까’라는 질문을 내면화한 부모는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볼 위험이 있다. 아이는 ‘너는 왜 엄마보다 똑똑하지 못하니, 너는 왜 아빠보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하니’라는 가혹한 초자아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말썽을 피우고 통제가 안 되더라도, ‘부모가 결코 통제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아이가 궁극적으로는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나를 괴롭혀온 초자아의 명령어들, 내 그늘진 초자아의 명령어들은 무엇일까. 어릴 때는 탁월함을 향한 집착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1등을 해야만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인정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강박관념. 그 두려움이 내면화되어 내 안에서는 ‘항상 1등을 해야만 해’라는 초자아의 명령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초자아의 명령어인 줄 몰랐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내 그늘진 초자아의 두 번째 명령어는 성실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휴식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 놀이의 기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세 번째 명령어는 ‘언제나 강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언제나 누군가의 맏언니 같은 든든함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다. ‘착해 보여야 해, 강인해 보여야 해. 남에게 책 잡히면 안 돼.’ 이런 초자아의 명령어들은 나를 자유롭지 못한 사람, 창조적이지 못한 사람, 도전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도전도 도발도 하지 못하는 소심한 인격으로 주저앉고 싶지 않다. 방어기제 안에 갇혀 남들이 ‘이게 너다운 거야’라고 강요하는 이미지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 초자아의 명령어와 싸우며 내 안의 싱그러운 창조성, 생기발랄한 잠재력의 불꽃을 피워올리고 싶다. 아름다운 장소에 갈 때마다, 위대한 책을 만날 때마다, 한 줄 한 줄 공들여 나만의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초자아의 명령어를 뛰어넘어 진정한 나 자신에 이르는 길 위에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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