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47) 캐나다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제43대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중도 진보 성향의 집권 자유당의 승리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단독 과반 획득에 실패해 집권 2기에는 주요 정책 추진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나다 공영 CBC방송은 전국 338개 하원 선거구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자유당이 총 157석을 얻어 121석에 그친 보수당에 승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과반(170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자유당은 전국에서 33.1%를 얻어 보수당(득표율 34.4%)과 접전을 벌였으나 승리 선거구 숫자에서 앞섰다. 총선 직전인 지난 18일 여론조사에서도 자유당과 보수당의 지지도가 각각 31.5%, 31.6%로 나올 만큼 백중지세였다. 트뤼도 총리는 선거가 끝난 뒤 몬트리올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여러분이 해냈다. 축하한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캐나다 진보의 아이콘이자 17년간 총리를 지낸 피에르 트뤼도의 아들인 트뤼도 총리는 준수한 외모에 아버지의 후광까지 누리며 2015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는 당시 소수 인권 보호, 환경보존 등 진보적 공약을 내걸어 34석에 불과했던 자유당을 184석의 제1당으로 만들고 총리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각종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재선이 불투명해진 상황이었다. 선거운동 기간 그가 20대 때 흑인 분장을 하고 파티를 즐기는 사진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였고 보수당은 이를 물고 넘어졌다. 연초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이 “총리가 퀘벡 회사의 기소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것도 그에게 치명타였다. 환경을 중시하는 그가 ‘트랜스마운티아’ 송유관 확장을 옹호한 것 역시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트뤼도와 총리 자리를 다투던 앤드루 시어 보수당 대표가 최근 이중국적 보유자로 드러나 논란을 빚은 것이 선거 막판 궁지에 몰렸던 자유당에는 기회가 됐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 트위터에서 트뤼도 총리의 진보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례적인 공개 지지를 선언한 것도 지지자들을 응집시킨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자유당이 단독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서 좌파 성향의 신민주당(NDP) 등과의 소수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집권 1기 때와 달리 트뤼도 총리가 기후변화·증세·재정확대 등 주요 정책을 실행하는 데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영국 가디언은 “트뤼도가 입법에서 다른 정당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그의 두 번째 임기는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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